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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다음 먹거리 전기차…LG전자 글로벌 전장 업체 인수

중앙일보 2018.04.26 18:00
LG전자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 날개가 달렸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에 본사가 있는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전문제조업체인 'ZKW'를 11억 유로(약 1조4440억원)에 인수한다고 26일 밝혔다. 
 
LG전자가 ZKW의 지분 70%를 7억7000만 유로(약 1조108억원)에, LG가 나머지 30%를 3억3000만 유로(약 4332억원)에 사들인다. 이번 인수합병(M&A)은 LG그룹 M&A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삼성전자도 미국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했다.  
 
내로라하는 전자제품업체가 잇달아 자동차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수소 전기차, 자율주행 차, 커넥티드카(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는 자동차) 등 차세대 자동차가 등장하면서다. 이들 자동차는 주요 부품으로 전자장비가 대거 투입되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으로 손꼽히는 스마트폰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아진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신규 수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늘면서 사실상 수요가 줄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 출하량은 감소세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하락한 4억800만대다.
LG전자가 인수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인 ZKW의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가 인수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인 ZKW의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자 일찌감치 2013년부터 전장 사업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2013년 7월 전장(VC)사업본부를 신설했고, 그간 인포테인먼트(정보 오락) 기기, 전기차 솔루션, 안전‧편의 장치 등 세 가지 분야에 집중했다. VC 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4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다.  
 
LG전자는 이번 ZKW 인수로 전장 사업에 변곡점을 마련했다. VC 사업본부 매출이 매년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 사업의 흐름을 바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용 조명 사업을 선정한 것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용 조명 시장은 245억 달러(약 28조원, 지난해 기준) 규모다. 2020년엔 290억 달러(약 33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헤드램프는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1938년 설립된 ZKW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용 헤드램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꼽힌다.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에서 톱 5위다. 지난해 매출은 12억6000만 유로(약 1조6500억원)로, 지난 5년간 연평균 20% 성장률을 보인다. LG전자는 이번 인수로 단번에 세계 자동차 조명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판로도 얻었다. ZKW는 현재 LED나 레이저 같은 차세대 광원(빛을 내는 물체)을 탑재한 프리미엄 헤드램프를 BMW‧벤츠‧아우디‧포르쉐‧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헤드램프와 함께 LG전자의 다른 부품을 납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LG전자가 인수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인 ZKW의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가 인수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업체인 ZKW의 공장에서 직원들이 차세대 헤드램프 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전장 외에 다른 계열사와 기술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LG전자는 빔프로젝터, LED 조명 같은 가전을 생산한다. ZKW의 헤드램프 기술을 응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LG이노텍(카메라모듈·LED), LG화학(자동차용 중대형전지), LG디스플레이(플렉서블 OLED), LG하우시스(자동차 시트용 원단 등) 등과 연관성이 있다. 자율주행의 중요한 기술인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카메라나 텔레매틱스(차량 무선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해 자율주행 통합 솔루션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이번 인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LG전자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올 1분기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 15조1230억원, 영업이익 1조1078억원이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20.2% 늘었다.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부와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각각 영업이익 5531억원, 5773억원으로, 분기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는 "ZKW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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