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북회담 계기로 본 북한교육]사교육도 있고 영어는 필수

중앙일보 2018.04.26 17:11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교육열은 한국 못지않게 뜨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대학 진학은 출세의 지름길이자, 당 간부가 될 수 있는 엘리트 코스라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
 
의외의 면도 있다. 사회주의·공산주의 사상에 따라 누구나 똑같이 가르치는 보편 교육을 추구할 것 같지만 실상 북한에서는 1% 인재를 찾아 양성하는 영재교육을 중시한다. 소위 ‘1중’으로 불리는 명문 중·고교인 제일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사교육을 받기도 한다. 북한 교육과 한국 교육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남북정상회담 하루 앞둔 판문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정상회담 하루 앞둔 판문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에도 사교육이 있다  
 
북한은 한국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5년 과정을 마치면 곧바로 시험을 치러 중학교에 입학한다. 북한은 중학교 과정은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 과정이 이어져 한국의 중·고교에 해당한다. 대다수 소학교 학생들이 선망하는 곳은 제일중학교라 불리는 영재학교다.  
 
‘1중’이라고도 불리는 제일중학교는 도(道)마다 한 곳씩 세운 영재학교다. 학급당 인원은 20명을 넘지 않고 일반학교와 전혀 다른 교과서를 사용해 심화 학습을 한다. 이곳을 졸업하면 전원 김일성대학이나 김책공업대학, 평양의학대학, 김형직사범대학에 입학한다. 제일중학교 진학에 성공하면 출세의 탄탄대로가 열리는 셈이다.
 
제일중 진학을 위해서는 일단 소학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소학교별로 가정 성분에 흠이 없으면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추천한다. 국가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교수가 출제한 국어·수학 시험을 치르게 한다. 북한 영재교육의 목적이 과학기술인재 양성이라, 국어보다 수학 성적에 비중이 높다. 구술면접도 치러진다. 수학의 기본 원리를 묻고 사상성도 검증한다.
 
북한의 사교육은 제일중학교에 합격을 위해 수학 과외가 가장 많다. 한국의 사교육을 상징하는 ‘학원’은 존재하지 않지만 전직 교사나 대학 교수, 대학생들이 알음알음 과외를 해주고 수고비 또는 개별지도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필수과목은 러시아어 아닌 ‘영어’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년 9월 학제 개편을 포함한 교육 개혁을 지속하고 있다. 이중 교육과정 개편 내용을 보면 이전까지는 외국어 교과로 영어와 러시아어 등을 학교별, 반별로 선택하도록 했으나, 새 교육과정에서는 영어만 포함하고 있다.  
 
또 ‘정보기술’ ‘기초기술’ 등 기술 관련 교과가 새롭게 편성됐다. 이전의 ‘콤퓨터’ 교과가 컴퓨터의 활용과 기초 프로그래밍에 초점을 맞춘 개론서 성격의 교과라면, ‘정보기술’ 교과는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 전반을 다루고 있다. 특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화제가 됐던 ‘통합과목’은 북한 교육과정에서도 눈에 띈다. 초급중학교에서는 물리·화학·생물·지리가 ‘자연과학’ 과목으로 통합됐고, 고급중학교에서는 ‘심리학 초보’와 ‘론리학 초보’ 과목이 ‘심리와 론리’라는 하나의 과목으로 합해졌다.  
 
교육 내용을 주제별로 통합하기도 했다. 기존 ‘조선 지리’ 과목에서 위치·지형·수문·자연 등으로 나뉘어 있던 내용을 ‘나의 고향’이라는 주제로 종합해 가르치도록 구성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개발원 김정원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어 대신 영어교육을 필수화하고 정보화시대에 맞는 정보기술교육을 강조한 것, 통합교과의 도입 등은 세계 교육의 추세와 맞물린 것”이라며 “북한 교육이 세계화·정보화라는 흐름에 대응하면서 한국 교육과의 공통점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사상교육’
 
변화는 감지되지만, 여전히 북한 교육의 기본 방향은 ‘공산주의적 혁명 인재로 키우는 것’이며, 교육을 통해 ‘공산주의 위업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학교교육에서도 어떤 과목보다 정치사상교과 교육이 우선된다. 교육과정 개편 이후 정치사상 교과로는 ‘위대한 수령 일성대원수님 혁명활동’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대원수님 혁명활동’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어머님 혁명활동’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혁명활동’ 등과 같이 김정은 일가의 항일 혁명 역사 관련 교과와 ‘사회주의 도덕’을 가르친다.  
 
이중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혁명활동’ 과목은 2012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새롭게 편성돼 전 학년에 주당 1시간씩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교육하도록 돼 있다. 이 교과의 내용은 김정은 지배체제의 정통성과 계승성을 부각하고 김정은의 업적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대비 교육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토론회장 밖에 전시된 남북한의 교과서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대비 교육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토론회장 밖에 전시된 남북한의 교과서를 관람하고 있다. [뉴스1]

초중등 교육과정은 물론, 대학 교육과정에서도 정치사상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김일성대학 자연과학부문 교육과정안 중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정치사상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정도다. ‘김일성의 역사’ ‘김정일의 역사’ ‘김일성의 노작’ ‘김정일의 문헌’ ‘정치경제학’ ‘철학’ 등의 과목이 여기에 속한다.  

 
이에 대해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북한의 교육과정 개혁 구상’(2016) 논문에서 “북한은 주체사상을 포함해 김일성주의, 국가사회적 이념교육, 군사 등을 강조하며 지나치게 전체주의적 색채가 짙다”면서 “남북 모두 건전한 정치시민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