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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교통사고 위로전문에서 시진핑에 '속죄'표현

중앙일보 2018.04.26 16:0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에서 발생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교통사고 수습에 최고 수준의 격식과 성의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25일밤 내각총리 등 간부들을 이끌고 사고 희생자 32명의 시신을 후송하는 현장에 직접 나타나 전용 열차를 배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보낸 위로 전문에선 일반적인 사과의 수준을 넘어서는 ‘속죄’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하순의 전격적인 방중 이후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북ㆍ중 관계가 남북,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터진 이번 사고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려는 배려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인 관광객들의 시신과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전용열차를 평양역에서 전송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인 관광객들의 시신과 부상자를 후송하기 위한 전용열차를 평양역에서 전송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연합]

 

시신 후송 현장에서 직접 배웅, 최대의 격식과 성의로 북중 관계 다지려는 듯

중국중앙TV(CC-TV)는 26일 김정은이 전날 밤 평양역에서 중국인 희생자들의 시신과 부상자 2명을 후송하기 위해 편성된 전용열차를 송별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김정은은 직접 열차에 올라 부상자 2명을 위로하고 중국 측에 위로 전문과 위문금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박봉주 내각총리를 비롯한 당ㆍ정 간부들도 참석했다. 전용열차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긴급 편성된 것이다.  
 
김정은은 또 시 주석에게 보낸 위로전문에서 “우리 땅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라며 “중국 동지들에게 그 어떤 말과 위로나 보상으로도 가실수 없는 아픔을 준데 대하여 깊이 속죄한다”고 밝혔다. ‘속죄’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역대 북한 지도자들의 발언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 표현이다.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책임을 통절히 느끼고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중국 동지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이후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던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을 22일 사고 발생 직후 처음으로 찾아가 위로와 사과를 표명했다.  
 
한편 이번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 관광객들은 북ㆍ중 혈맹의 상징으로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 묘소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고 홍콩 성도(星島)일보가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의 극좌파 사이트인 우유즈샹(烏有之鄕ㆍ유토피아) 이 ‘항미원조(抗美援朝: 6ㆍ25전쟁의 중국식 명칭) 승리 65주년 기념’ 명의로 모집한 여행상품에 참가하던 중 22일 저녁 황해북도에서 버스 전복사고를 당해 3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마오안잉 묘소가 위치한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 인민지원군 참전 사망자 묘역’도 방문 일정에 들어있다.  
 
 이번 여행상품을 판매한 싱훠여행사는 "한 점 불씨가 광야를 불사른다”는 마오의 어록에서 상호를 딴 업체로 북한이나 쿠바 등 사회주의 혁명 성지 관광 상품을 판매해 왔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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