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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폭로' 계기 출범한 성추행 진상조사단…'절반의 성과'

중앙일보 2018.04.26 15:46
83일간의 '진상조사'…안태근 전 국장 등 7명 기소 
26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진상조사단은 지난 3개월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포함 7명을 기소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진상조사단은 지난 3개월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포함 7명을 기소했다. [연합뉴스]

검찰 내 성추행 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을 끝으로 26일 사실상 해산했다. 
 

안태근 전 국장 등 7명 기소
현직 부장검사 등 재판 넘겨
아쉬움 남는 ‘제도적 개선책’
“기대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

조사단은 지난 83일간의 진상조사를 통해 안 전 국장을 포함해 총 7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 서지현(45·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인사자료를 외부에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 담당 검사 2명에 대해선 별도의 기소 없이 대검찰청에 징계를 건의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검사와 수사관들은 일단 원소속으로 복귀하되, 향후 재판 일정에 따라 사건별로 담당 검사를 지정해 공소유지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서 검사가 폭로한 안 전 국장의 성추행(2010년) 및 인사보복(2015년)에 대해선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 진상조사단을 이끌어 온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인사 불이익 관련 2015년 8월 하반기 검사 인사에서 안 전 국장이 인사 원칙과 기준에 반하여 경력 검사인 서지현을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하여 직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0년 장례식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선 “범죄사실이 인정됐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입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표적 사무감사는 없었다" 
지난 3월 진상조사단에 출석한 서지현 검사. 그는 2010년 안태근 전 국장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표적 사무감사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진상조사단에 출석한 서지현 검사. 그는 2010년 안태근 전 국장에 의해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표적 사무감사로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서 검사가 주장과 달리 ‘표적 사무감사’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났다. 서 검사는 앞서 성추행에 이어 ‘찍어내기식 사무감사’가 이뤄져 수십건의 지적사항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전결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은 서 검사에 대한 사무감사 자체에선 문제점을 찾기 어려웠고, 수십건의 지적사항 역시 정당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조희진 검사장은 “사무감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사무감사 지적기록 전체, 총장경고 등 문책내용 전체를 검토했고, 2015년 당시 전결권 심사 대상자의 심사 자료를 전부 비교분석했다. 또 외부 전문가들도 조사에 직접 참여시켜 검토한 결과 사무감사에 대해선 문제를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성추행 혐의로 6명의 전·현직 검사·수사관 기소 
2015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 [연합뉴스]

2015년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씨 [연합뉴스]

조사단은 서지현 검사 사건 이외에도 총 6건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조사했다. 지난 2월엔 수도권의 한 지청에 근무 중인 김모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했고, 2015년 남부지검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는 전직 검사 A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전직 부장검사와 현직 검찰 수사관 등 4명 역시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기대에 못 미친 '전수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  
진상조사단은 지난 2월 2일 출범 당시 두 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우선 검찰 조직 내의 성추행 의혹을 전수조사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계획은 조사단의 출범 배경이자 가장 큰 목표였다. 실제 조사단은 3개월간의 수사를 통해 전·현직 검사와 수사관 등 6명을 강제추행·준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에선 현직 부장검사와 수사관 등이 포함돼 있어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우려는 불식됐다.  
 
하지만 e메일과 내부 통신망 등을 통해 접수된 성추행 제보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검사와 수사관 포함 23명으로 구성된 비상설 조직이었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조사단의 수사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e메일과 내부 통신망 등을 통해 수십건의 성추행 제보가 접수됐지만 수사기관과 인력의 한계가 있었다. 조사단에서 다루지 못한 사건들은 대검찰청에 신설된 양성평등 담당관에게 인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검찰 내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개정을 건의했다. 구체적으론 성범죄 조사 절차에서 피해자의 진술권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의무 규정을 신설하고, 피해 회복 조치 역시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사단은 또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인사나 실적평가 등에서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불이익 처우 금지 규정’도 개정해야 한다고 대검찰청에 건의했다.
 
하지만 당초 문제가 됐던 검찰 내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와 조직적인 성범죄 사실 은폐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현행 검사 인사제도와 사무감사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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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에서 왜곡된 검찰 내 성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방책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를 보니 기존에 명문화된 성범죄 예방지침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진상조사도 중요하지만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애초의 취지에 비춰봤을 때 절반의 성과만 거둔 채 해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장본인이자 진상조사단 출범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서지현 검사 역시 진상조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 검사는 변호인단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검찰 내 성폭력이 어떤 식으로 처리되는지, 사무감사와 인사가 한 개인이나 조직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이용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우려했던 대로 수사는 미진했고,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수사였음을 확인시켜준 이번 수사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서 검사는 진상조사단이 애초에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사단은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친 채 수사를 진행해 고의 지연수사에 대한 의심이 들고,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더 이상의 보완수사 없이 가해자를 기소하는 등 법원에 책임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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