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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음 담았어요" 시험때마다 학생들에게 김밥 나눠주는 여교수들

중앙일보 2018.04.26 13:28
 
시험 기간 때마다 ‘힘을 내라’며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김밥을 나눠주는 교수들이 있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 얘기다.

선문대 여교수 모임 한마음교수봉사회 1200명분 김밥 마련
교수들 "밥 먹고 힘내자" 응원에 학생들 "감사합니다" 화답
2012년 시작해 7년째 이어온 행사… 동료 교수들도 후원금

 
지난 25일 낮 12시 선문대 본관 로비. 200여 명의 학생이 로비 주변을 분주히 오갔다. 로비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길게 놓였다. 한마음교수봉사회 여교수 10여 명이 테이블 위에 김밥과 요구르트를 수북이 쌓았다. 시험준비에 한창일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점심식사였다.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로비에서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김밥과 야쿠르트를 전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로비에서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김밥과 야쿠르트를 전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2시20분쯤 “학생들 어서 오세요”라는 김원미 교수(한마음교수봉사회 회장)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생들이 테이블 앞에 길게 줄을 섰다. 불과 5분여 만에 테이블 위에 놓였던 김밥 500인 분의 김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밥을 받아든 학생들은 로비 곳곳에 놓인 소파와 의자에 앉아 밥을 먹었다. 어떤 학생들은 가방에 김밥을 넣고 도서관이나 강의실로 향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불과 2000~3000원에 불과한 김밥 한줄(팩)이지만 학생들의 얼굴은 미소가 가득했다.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1층 로비에서 학생들이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전달하는 김밥과 야쿠르트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1층 로비에서 학생들이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전달하는 김밥과 야쿠르트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학생들에게 김밥을 나눠주는 행사는 올해로 7번째를 맞았다. 평소는 물론 시험 기간만 되면 끼니를 거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2012년 여교수들이 의기투합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김밥 한 줄이라도 먹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해 1학기 중간고사 때부터 직접 김밥을 싸서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선문대는 학생 1만여 명 가운데 수도권 학생이 60%가량을 차지한다. 대부분 기차나 버스로 통학하기 때문에 아침을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시험 때는 더하다.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학생들도 시험 기간에는 아침 일찍 등교해 끼니를 놓칠 때가 많다고 한다.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1층 로비에서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나눠준 김밥과 야쿠르트를 받아든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1층 로비에서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나눠준 김밥과 야쿠르트를 받아든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년 전 처음 김밥을 나눠줄 당시 학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교수님들이 왜 그러실까?”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은 시험 기간만 되면 김밥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교수들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었다.
 
노한솔(22·여·건축사회환경학부)씨는 “4년 내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시험 기간에는 김밥을 먹고 있다”며 “김밥도 맛있지만, 교수님들이 학생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고 응원해주는 게 더 힘이 된다”고 말했다.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에서 학생들이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나눠준 김밥과 야쿠르트를 먹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에서 학생들이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나눠준 김밥과 야쿠르트를 먹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선문대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의 눈에는 김밥 나눠주기가 더 생소한 행사다.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어서다. 한 일본인 학생은 “작년에 처음 김밥을 먹고 고마워서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쪽지를 전해드렸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서 말하는 정(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교수들은 매달 회비를 모은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동료 교수들도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고 있다. 한마음교수봉사회에는 선문대 여교수 34명이 참여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직접 김밥을 만들고 본관 등 5개 건물에서 학생들에게 김밥을 나눠준다. 김밥 만들기에는 교수들의 뜻에 공감한 학생 1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동참했다.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로비에서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김밥과 야쿠르트를 전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5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 본관 로비에서 여교수 모임인 한마음교수봉사회가 학생들에게 직접 만든 김밥과 야쿠르트를 전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원미 교수는 “학생들이 통학이나 자취를 하면서 아침을 거르고 시험을 보러오는 경우가 많다”며 “여건이 된다면 김밥 나눠주는 행사를 더 많이 자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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