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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16명 때린 강사···싹싹 빌자 "파리냐" 또 때려

중앙일보 2018.04.26 08:59
서울 서대문구의 A중학교에서 모친상으로 일주일간 특별휴가를 낸 미술 교사를 대신해 임시로 수업을 맡았던 시간제 강사 B씨가 이 학교 1학년 학생 16명을 과도하게 체벌하고 폭언까지 퍼부은 일이 있었다.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는 B씨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미 계약 기간이 완료돼 해당 강사에게 인사상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다.
 
26일 A중학교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일 B씨는 미술 수업 도중 집중하지 않고 떠드는 학생 10여명을 지목해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에 남아서 교실 청소를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 몇몇 학생이 복도에 나와 있는 모습을 본 B씨는 주변에 있는 학생들까지 16명을 불러 일렬로 세운 뒤, 차례로 멱살을 잡아 세게 흔들고 목을 조르거나 볼을 잡아 비틀고 주먹으로 허벅지나 팔뚝 등을 마구 때리는 등 무차별 폭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시간제 강사가 학생 10여명을 과도하게 체벌해 학교측이 해당 강사를 경찰에 신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은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시간제 강사가 학생 10여명을 과도하게 체벌해 학교측이 해당 강사를 경찰에 신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체벌 광경을 목격한 학생들은 B씨에게 멱살을 붙잡힌 한 여학생의 교복이 찢어져 단추가 뜯겨 나가고 넥타이가 떨어질 정도로 거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넥타이를 주우려 허리를 굽힌 여학생의 뒤통수를 B씨가 다시 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B씨는 학생들에게 폭언과 조롱도 퍼부었다. 매를 맞고 비틀거리는 학생을 향해 “신파극 찍냐” “쇼를 하고 있다”며 비웃고, 옆 학생이 맞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린 학생이 “잘못했다”며 빌자 B씨는 “(싹싹 비는 걸 보니) 네가 파리냐”고 비아냥대면서 때렸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학부모 C씨는 “어느 날 아이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고, 볼에 손톱으로 깊이 파인 상처가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학생이 잘못했으면 교사가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매로 때리는 등 절도있게 훈계하면 되지, 다분히 감정적인 손찌검과 조롱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D씨는 “아이 목덜미, 팔뚝, 허벅지에 멍이 심하게 들어 있어 친구들과 싸운 줄로만 알았다”며 “아이에게 캐물었더니 ‘청소 담당이 아니었는데도 그냥 불려가서 맞았다’며 억울해하더라”고 속상해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8항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해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교내 체벌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장유종 서울시교육청 변호사는 B씨의 행동에 대해 "학생·학부모의 증언에 따르면 단순한 체벌이 아닌, 법 위반 여부도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면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복지법 등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고, 형법 제260조 폭행과 262조 폭행치사상 위반으로도 판단될 수 있다"면서 "실질적인 법 위반 여부는 수사기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중학교 측은 “시간제 강사가 체벌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일부 학생·학부모의 주장은 사실보다 훨씬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A중학교 교감 E씨는 “학생부장·상담부장 등 담당 교사가 정황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미술 시간에 떠드는 등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던 학생에게 B씨가 청소를 하고 가라고 지시했으나, 도망가려는 아이들이 있어 B씨가 이 학생들을 붙잡는 과정에서 교복이 늘어나는 정도의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E 교감은 “절차상으로도 아무 문제없이 사안 처리 중이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A 중학교는 사건이 벌어진 3일 피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고 즉시 112에 아동학대 사안으로 신고하고 B씨를 수사의뢰했다. 다음날인 4일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알린 뒤, 학생부장과 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피해 학생을 대상으로 진술서를 받는 등 조사도 했다.
 
이같은 학교측의 반응에 대해 학부모들은 “학교측이 이 사안을 ‘큰일이 아니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어려서 진술서에는 ‘선생님이 볼을 잡아당겼다’ 정도로 단순하게 썼지만, 실상은 며칠이 지나도록 볼이 얼얼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커다랗게 피멍이 올라올 정도로 심하게 쥐어 뜯긴 것“이라며 “학교가 아이들이 입은 피해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해 무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며칠 전 아이가 느닷없이 ‘청소하기 전에 잠깐 복도에 나가있었던 게 그렇게 심하게 혼나고 맞을 일이냐’고 묻더라”면서 “학교측은 행정적인 절차에 앞서, 이렇게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가해 강사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도록 조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학교측은 어떤 기준으로 시간제 강사를 선발했기에 그런 인성을 가진 교사가 선발됐는지도 설명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A중학교에 미술 수업을 맡은 시간제 강사는 교실 청소를 맡은 학생들이 복도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다른 학생들을 포함해 16명을 멱살을 잡고 목을 조르거나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중앙포토]

A중학교에 미술 수업을 맡은 시간제 강사는 교실 청소를 맡은 학생들이 복도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다른 학생들을 포함해 16명을 멱살을 잡고 목을 조르거나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과 이주석 장학사는 "사과의 경우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속한 부분이라 학교가 강제할 수 없는 데다, B씨의 경우는 정규 교사가 아닌 시간제 강사로 계약이 만료된 상태라 학교측이 나서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상 시교육청 학생생활과장은 “학교측이 아동학대로 신고조치하고 피해학생 전수조사를 하는 등 절차상 문제없이 사안을 처리한 건 맞다”면서도 “B씨의 폭행은 매우 이례적인 형태라 통상적인 조치뿐 아니라, 교육청 차원의 특별 관리와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교사가 아닌 시간제 강사에 대한 징계나 인사 관리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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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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