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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이탈리아와 한국, 직장 갑질의 차이

중앙일보 2018.04.26 01:53 종합 32면 지면보기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이 직장 문화 또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8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는 대인관계, 의사결정 과정, 시간 관리, 리더십, 거래처 관리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느꼈다. 이탈리아에서는 공사(公私)가 확실히 분리돼 있기에 업무 시간 외에 직장 관련 업무를 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회식, 주말 워크숍, 체육 대회 등과 같은 단체 활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사가 업무 시간 외에 일을 시키는 것은 큰 실례라고 여긴다.
 
이탈리아 직장에도 직책과 상하 관계가 있다. 이 직책은 업무 의사결정과 책임에 영향을 미치지만 동료와의 대인관계에는 영향이 없다. 한국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부하 직원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을 때가 많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종종 의사결정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인 면도 있지만 어느 정도 평등하게 진행될 수 있다. 직원들의 시간 관리 방법도 다르다. 이탈리아에서는 업무상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일부터 처리한다. 한국 직장에서는 가장 우선적인 것은 언제나 상사가 시키는 일이다.
 
비정상의 눈 4/26

비정상의 눈 4/26

최근 한국에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문제는 앞서 말한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단체가 개인보다 더 중요하고 상하관계가 확실하며 서열을 존중하는 문화적 배경 때문에 갑질 행동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이탈리아에도 직장 내의 갑질이 있지만 그 형태와 대처법이 좀 다르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화 때문에 대놓고 갑질을 거의 할 수 없고, 보통은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상사가 미팅 때 직원 의견을 무시하거나 직원의 실력에 비해 수준 낮은 업무를 시키는 식이다.
 
2001년 전까지 이런 갑질 행동이 일어나도 직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피해자가 그만두거나, 다른 부서로 옮기면 가해자의 행동은 정당화되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권력의 남용과 정당한 사용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양국의 직장 생활 문화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개선해야 양측 모두 행복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좋은 직장 문화는 결국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알베르토 몬디 이탈리아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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