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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중립성 의심 받는 검찰과거사위

중앙일보 2018.04.26 01:49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영민 사회부 기자

김영민 사회부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PD수첩 사건,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
 
하나같이 정치적 파괴력이 컸던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인 지난해 12월 출범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대검찰청에 재조사를 권고한 사건 목록의 일부이기도 하다.
 
본래 검찰과거사위는 현 정부가 검찰권이 남용됐던 과거 사건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의 반성문을 받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측면이 있다. 김갑배 검찰과거사위원장 역시 위원회 출범 직후 “법무부와 검찰이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 나선 것은 과오에 대한 자정 능력 여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된다”고 말했다. 국민 상당수는 검찰이 정권과 유착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둘렀던 과거의 ‘적폐’를 되짚어보면서 검찰 권한을 통제하는 데 동의할 것이다.
 
다만 검찰과거사위의 최근 활동을 보면 ‘문재인 정부판 역사바로세우기’ 작업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위원 9명 가운데 5명이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갑배 검찰과거사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갑배 검찰과거사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위원회의 의사 결정 과정도 여론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배우 고(故) 장자연씨 사망 사건의 경우 본래 사전조사 목록에서 빠졌다가 뒤늦게 지난 2일 포함했다. 시기는 묘하게 청와대 웹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 약 20만 명이 서명한 직후다.
 
정치적으로 중립적 판단을 했는지도 의문이 든다.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사건의 경우 민변이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적극적으로 변론했다. 4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정연주 전 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광우병 파동 당시 MBC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사건도, 2009년 용산 철거 사건도 재조사 목록에 포함돼 있다. 한 전직 공안통 검사는 “공안 사건의 경우 검찰이 기소해 무죄 판결이 나왔다면 전부 재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과거의 일을 반성하고 바로잡겠다는 명분은 좋다. 하지만 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 균형이 잡혀있지 않다면 절차적 공정성에 문제의 소지가 생긴다. 일부 편향된 여론만 좇는다면 더더욱 법률가가 지녀야 할 자세가 아니다. 보여주기식 조사에 그쳐서도 안 된다. 기소가 전제되지 않는 검찰 수사에 대한 검찰권 행사는 행정권 남용에 불과하다. 검찰의 독립성 훼손은 정부·여당이 야당 시절 그토록 반대했던 일 아닌가.
 
김영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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