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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네이버가 댓글 없애야 하는 4가지 이유

중앙일보 2018.04.26 01:39 종합 34면 지면보기
박현영 중앙SUNDAY 차장

박현영 중앙SUNDAY 차장

네이버가 ‘민주당원(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된 뉴스 댓글 정책 개편안을 공개했다. 여론 조작 시도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디 1개당 쓸 수 있는 댓글 수를 줄이고 추천 횟수를 제한해도 자원을 더 투입하면 얼마든지 댓글을 조작할 수 있다.
 
근본 해결책은 네이버 뉴스 댓글을 없애는 것이다. 네이버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등 헌법적 가치 침해를 이유로 댓글을 폐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근거 없는 믿음’일 수도 있다.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댓글의 순기능보다 폐해가 너무 커졌다. 2004년 뉴스 댓글이 처음 도입됐을 때는 건전한 토론 문화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이젠 정치 세력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댓글이 악용되고 있다. 악의적인 댓글과 일반 댓글을 단 과학 기사를 두 그룹의 피실험자에게 읽도록 했다. 기사에서 소개한 신기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악성 댓글 그룹에서 훨씬 높았다(2013년 미국 조지메이슨대·위스콘신대 연구팀). 나쁜 댓글은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사고하는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둘째, 댓글 사용자 수는 생각보다 적다. 네이버 뉴스 사용자 가운데 댓글을 단 사람은 1% 미만이라는 통계도 있다. 수요가 거의 없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2016년 댓글을 폐지하면서 “극소수 사람이 놀랄 만큼 많은 댓글을 만들어 내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셋째, 개별 언론사 사이트나 페이스북·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가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댓글이 분산되면 조작의 유혹도 줄어든다. 2014년 댓글을 없앤 로이터통신 편집국장은 “기사를 둘러싼 논의가 이미 소셜미디어로 넘어갔고 댓글보다 자정 기능도 우수하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는 이름·사진이 공개되고 주변 사람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쁜 짓’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가짜가 섞여 있더라도 ‘양지’에서는 골라내기 쉽다.
 
넷째, 인터넷 실명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국가가 실명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공권력의 과잉 규제이며 실명제가 실질적인 자기검열로 작용해 합법적인 글쓰기를 위축시킨다고 봤다. 네이버가 스스로 댓글을 폐지하는 것은 공권력에 의한 과잉 규제가 아니다.
 
댓글 폐지는 세계적인 추세다. CNN·블룸버그 등 유력 매체들이 댓글난을 닫았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 따라 선별적으로 댓글 기능을 부여한다. 관리자가 댓글을 전수 검토한 뒤 승인한 것만 게재한다. 언론이 아니라 플랫폼인 네이버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그러면 놓는 게 맞다. 우리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다.
 
박현영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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