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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해진이 할 일

중앙일보 2018.04.26 01:35 종합 35면 지면보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BAAD’란 말이 있다. 근래 테크 업계에선 ‘크고 반경쟁적이며 중독성이 있고 민주주의에 해가 된다’(big, anti-competitive, addictive and destructive to democracy)는 의미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애플 등을 향한 비판이다. 이 중 구글은 전 세계 검색엔진의 90%를 차지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거론한 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구글이 90%인데, 우리가 (한국에서) 70%를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정말 시장 과점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라고 했다. 구글만큼은 아니란 주장일 터다.
 
BAAD의 잣대로 보면 네이버는 그러나 어느 면에선 더 해롭다고 할 수 있다. 한창 뜨거운 댓글 논란을 제쳐 놓더라도 말이다. 구글은 그래도 콘텐트의 질은 가린다. 저널리즘의 미래도 고민한다. ‘양보다는 질’(quality over quantity)이 원칙이다. 2013년 영국 가디언이 ‘구글뉴스’ 알고리즘 특허를 분석했는데 거기에서도 뚜렷했다. 우선 ①뉴스원(언론사)의 생산량을 본다. 한 주 또는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기사를 보도했는가다. ②기사의 길이도 판단 요소다. 길면 좋은 보도일 수 있다고 여겼다. ③평판도도 중요한데 퓰리처상 수상 개수도 따졌다. ④종사자 수 ⑤지국(또는 지사)이 많을수록 고평가됐다. 투입 요소가 많을수록 양질의 콘텐트가 나올 수 있어서다. ⑥기사에 인용된 사람·장소·기구도 다다익선이다. 더 독창적이고 품이 들어간 보도일 가능성 때문이다. ⑦언론사가 얼마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느냐도 ⑧맞춤법과 문법·독해 수준 등 글쓰기 스타일도 고려한다.
 
무슨 차이인가 싶을 게다. 구글뉴스와 네이버 뉴스를 비교하면 확연하다. 구글뉴스엔 제목뿐만 아니라 언론사도 공개한다. 미국의 경우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CNN 등이 앞자리다. 오랜 기간 검증된 언론사들이다. 네이버 뉴스, 특히 모바일 버전에선 제목만 나온다. 콘텐트보단 제목 경쟁이 벌어질 조건이다.
 
이해진 창업자는 질 관리 요구에 “나는 기술과 투자 담당”이라며“언론사의 퀄리티를 판단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고 무서운 얘기라서,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곤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 회사라 가능한 한 외부에서, 바깥에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창업자처럼 컴퓨터 과학자들이 창업한 구글은 기술 플랫폼 회사임에도 이미 하고 있고 덜 사악해지기 위해 노력도 한다. 이해진 창업자는 그러고 있는가.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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