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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입개편 특별위원회에 부탁한다

중앙일보 2018.04.26 01:34 종합 35면 지면보기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댓글 논란에 가려 사안의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언론의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안 공론화 작업을 위한 ‘대입개편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구성이 완료된 것이다. 앞으로 이 특위는 2022학년도부터 실시될 대학입시의 형식과 내용을 결정할 것이고, 당연히 2022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를 현재 중학교 3학년생과 그 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특위 활동은 이를 넘어 2032년 즈음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맞춰 대입제도에
‘선취업, 후학습’이 정착돼야 한다
수능, 학종, 과목 등급제 손 안 대고
무언가를 바꾼다고 될 일 아니다
청소년의 미래 모습 먼저 그려보고
원점에서 대입제도 다시 검토해야

원래 대학입시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입시는 많은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과도한 사교육, 황폐해진 공교육, 무너진 교권, 맹목적인 대학진학, 무한 스펙 쌓기, 청년 실업, 연예·결혼·출산 포기 등 시쳇말로 ‘헬조선’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현행 대학입시제도라는 데 많은 독자가 공감할 것이다.  
 
만일 이번에 개편되는 대학입시제도가 현재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지금의 중3 이하 청소년들도 위에 나열된 헬조선을 그대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2032년에 2003년생인 지금의 중3이 30세가 된다. 지금의 중3이 청년이 되어서도 이런 삶을 살게 되면 그야말로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인구 변동을 기반으로 미래사회를 공부하는 필자가 교육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제도 개편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특위는 헬조선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앞장서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특위의 활동이 학생부종합전형,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리고 전 과목 등급제만을 놓고 대입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한다면 헬조선이 극복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특위는 이미 헬조선을 만들어 온 제도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완전히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대입제도의 혁신과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위에 다음 세 가지를 꼭 당부하고 싶다.
 
조영태칼럼

조영태칼럼

첫째, 학령인구의 절대적인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중3은 약 47만 명으로 올해 현행 대입제도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고3(약 62만 명)에 비해 거의 15만 명이 적다. 현행 대입제도는 고3 학생들의 크기가 70만 명 정도 될 때 만들어졌다. 수험생 47만 명에 진학률이 약 70% 정도이니,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은 약 30만 명을 조금 넘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입 역사상 한 번도 수험생의 수가 정원보다 적었던 적이 없었는데, 현재 중3이 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완전히 다른 인구에 같은 방식의 대입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둘째, ‘선취업, 후학습’이 정착될 수 있는 입시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곧 많은 대학이 고3 수험생만으로 정원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연령대도 신입생으로 받고자 할 것이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먼저 취업해 본인의 적성을 찾고, 나중에 필요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들을 받는 것이다.  
 
마침 대통령이 얼마 전 내놓은 청년일자리 정책 중 ‘선취업, 후학습’이 포함돼 있다. 새로운 대학입시는 크게 줄어들 고3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취업, 후학습’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사람들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셋째, 대입제도의 혁신적 개혁 없이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 이미 전국 거의 모든 중학교 3학년 이하의 학급은 학생 수가 20명 남짓 된다. 과거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갈구하던 참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학생 수다.  
 
하지만 학생 수가 20명인데도 과거 30명일 때, 심지어 60명일 때와 비교해 변한 것이 없다. 교사들의 역량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이 대입에 맞추어져 있고, 대입제도는 기본적으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의 혁신 없이 이 고리를 끊을 수 없다.
 
특위가 구성되자마자 특위 위원들이 진보니 친정부 성향이니 하는 논란이 불거졌다. 수능, 학종, 과목 등급제 등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둔 채 무언가 바꾸려고 하면 특위의 활동은 정치논리에 매몰되고 말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살게 될 미래의 모습을 먼저 그려 보고, 그에 맞는 대입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특위를 기대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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