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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판문점 회담서 종전선언 아닌 평화선언 유력 검토”

중앙일보 2018.04.26 01:20 종합 4면 지면보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에서 열린 ‘제3회 한반도 전략대화’에서 ‘양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홍구 전 총리. [김경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에서 열린 ‘제3회 한반도 전략대화’에서 ‘양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홍구 전 총리. [김경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남북)정상 차원에서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 정보당국자 “종전은 복잡한 문제”
정전협정, 북·미·중이 서명 당사국
종전선언 남북만 합의해선 어려워

강경화 “남북 평화체제 제도화 논의”
전문가 “비핵화 성과 내는 게 우선”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주최로 열린 ‘제3회 한반도 전략대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불안정한 정전체제 대신 평화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화된 평화 구축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3대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관계 개선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이 언급한 ‘제도화된 평화 구축’은 두 번째 의제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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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 가면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체제의 메커니즘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만들어질 평화체제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을 해소하며, 남북한이 함께 번영하는 경제 협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 정점은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느 시점에서 (평화)협정 체결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첫 단계”라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정상 간의 공감대 형성과 명시적 발표를 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아닌 평화선언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관련 사정에 밝은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가 25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선언의 경우 정전협정 체결국 문제, 평화협정 문제 등 때문에 기술적으로 복잡한 측면이 있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치들을 담은 평화선언을 여러 방안 중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남북 간에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전협정은 마크 클라크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 서명했다. 남북이 정전체제의 ‘실질적 당사자’임에도 종전선언은 남북만이 해결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또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성격을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길잡이’로 규정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을 앞두고 남북만 먼저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하며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평화선언은 분쟁 당사국 지도자가 평화 상태의 달성과 유지를 공표하는 행위로서 특별한 형식이나 조건이 없는 정치·외교적 선언이다. 이에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남북 간 군사적 대결 종식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하면서 평화선언으로 명명할 수 있을 만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 조치 등에 합의하는 방안을 정부는 고민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등 실질적 비무장화도 구체적 조치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  
 
청와대도 “꼭 종전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북 합의에) 적대행위 금지 등을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위 관계자, 18일).
 
변수는 비핵화 분야의 성과 여부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최우선 의제는 핵 문제이고 다른 의제들은 이에 결부돼 있다”며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선 평화 정착 문제에서만 앞서 나가는 합의를 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유지혜·권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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