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회사유니폼·넥타이 착용하고 와라” 고용부의 갑질

중앙일보 2018.04.26 00:57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 회의’에 참석하며 건설사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와 건설업체 CEO 44명이 참석했다. [뉴스1]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 리더 회의’에 참석하며 건설사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와 건설업체 CEO 44명이 참석했다. [뉴스1]

2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리더 회의’. 고용노동부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김영주 장관 주재로 진행했다. 43개 업체 CEO가 참석했다.
 

김영주 장관 주재 건설 CEO 회의
‘드레스 코드’ 주문 … 반발 일자 철회
고용부 “관행 일 뿐, 강요 아니었다”
참석자 “사실상 군기 잡는 행사”

한데 이 회의를 두고 고용부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CEO들의 복장을 두고서다. 고용부는 회의 개최에 앞서 각 건설사에 ‘건설업 리더회의 관련 사전 안내 사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한데 이 공문 맨 상단에 첫 번째로 명시된 주문이 ‘CEO 드레스 코드’였다. ‘회사 유니폼(점퍼), 넥타이 착용’이라고 적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하다 하다 이젠 드레스 코드까지 맞추라고 규제하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회사 임원은 “두바이로, 동남아로 뛰기 바쁜 사람을 부르면서 옷차림까지 코드화한다는 게 이 시대에 맞는 행동인가”라고 했다.  
 
이런 불만이 퍼지자 고용부는 부랴부랴 전화로 “편한 복장으로 오시라”며 드레스 코드 철회를 통보했다. CEO들은 기다렸다는 듯 작업복 대신 정장이나 노타이 차림으로 참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4년부터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을 안내한 것이지 강요하려던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물론 과거 정부부터 내려온 관행이어서 고용부로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기업인들과 경제현안을 논할 때 편한 복장으로 환담했다. 심지어 술(호프)을 마시며 윗도리도 벗고 얘기를 나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적폐를 없애겠다면서 과거 정부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군기를 잡는 행사로 느껴졌다”며 “경영계를 혼낼 상대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의 지난해 연봉(243억원)에 대한 김 장관의 발언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사단법인 노사공포럼 초청 간담회에서다. 김 장관은 “그 소식(권 회장의 연봉)을 듣고 저도 분노했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경영계에 대한 적대감이 묻어난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해 연봉이 왜 8억7000만원에 그쳤는지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라며 “성과연봉체계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것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국 텐센트 임원은 300억원의 성과급 등 외국에선 1000억원대 연봉을 받는 CEO가 수두룩하다”며 “CEO의 연봉을 일반 근로자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감정을 자극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은 약속을 하나 했다. 특정 노조가 건설현장에서 위력을 행사해 공사를 방해하고, 자신들이 소속된 노조원만 고용토록 한 사실이 폭로됐다. 김 장관은 “근로감독 등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 보낸 이행 실적 답변에서 고용부는 안전감독만 수차례 했다고 적었다. 불합리한 노사관계에 대한 개선 작업은 없이 안전을 이유로 사측만 닦달한 셈이다.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은 “고용부에 재차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라며 “공정한 고용질서가 안전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 법원은 25일 관련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