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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1:1과외…글공부는 옛말, 요즘 서당 이것 가르친다

중앙일보 2018.04.26 00:30 종합 27면 지면보기
상투를 틀고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고문을 외고 글을 쓰는 경합을 벌인다. 오는 5월 12~13일 제17회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 대회다. 서당식 교육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가 17년째 주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예년보다 특별하다. 이전엔 경남 하동과 전북 남원 등 지역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서울시의 협의를 이끌어낸 이는 남원 서당의 훈장이자 진흥회 사무국장인 한재우(44)씨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중앙일보와 만난 그는 “인간의 도리와 예절을 중시하는 서당 교육이 현대 사회와 더 많은 접점이 생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사무국장 한재우 훈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5월 12~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서당문화한마당 대회에선 유림과 일반 시민이 모여 한시, 서예, 강경 등 시험을 치른다. 사진 우상조 기자.

지난 10일 중앙일보 사옥에서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사무국장 한재우 훈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5월 12~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서당문화한마당 대회에선 유림과 일반 시민이 모여 한시, 서예, 강경 등 시험을 치른다. 사진 우상조 기자.

매년 서당문화한마당 대회에선 한시·서예·강경 등 3개 부문 시험을 치른다. 지난해엔 64개 서당을 비롯해 일반 시민 1300여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한 훈장은 “이번엔 휘호체험, 승경도 놀이 등 시민 참여 행사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중국 국무부 산하의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 소속의 교수 서너분도 참석 의사를 밝혀왔다. 중국과 일본에선 사라진 전통 교육 문화가 한국에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도 존속된 점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열린 '제16회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 대회'. 일반부 휘호대회 참가자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글을 쓰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해 열린 '제16회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 대회'. 일반부 휘호대회 참가자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글을 쓰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한 훈장이 말하는 서당 교육의 특징은 인간 본연의 성품을 되살리는 행동 양식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많은 분이 천자문‧논어‧사서 등 고문을 외우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보단 윗사람과 아랫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쉼 없이 배웁니다.” 실제 서당에선 훈장이 제자와 24시간 함께 숙식한다. 제자는 훈장의 말과 행동, 학습 방식 모든 것을 그대로 배운다. 학습은 일대일 과외식이라 나이에 상관없이 진도가 다르다. 다섯 살에 대학과 중용을 배운 김시습을 천재라 일컫는 것 역시 서당 교육의 일면이다.    
한재우 훈장이 운영하는 남원 서당에서 예절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사진 한재우]

한재우 훈장이 운영하는 남원 서당에서 예절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 [사진 한재우]

하지만 오늘날 서당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진흥회에 등록된 서당은 총 41개, 지금 머리를 땋고 서당 공부를 한 젊은이는 열 명 정도다. 한 훈장이 현재 활동하는 훈장 중 가장 젊다. 평생 서당에서 자란 훈장들은 국가에서 인정하는 학력이 없어 사회, 경제적 활동이 쉽지 않다. 그는 “올해 2월 서당을 학원법상 학원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훈장도 계실 정도입니다. 삶으로 전통적 가치를 계승하는 분들인 만큼 정책적 보호를 받길 바랍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사진 우상조 기자.

한 훈장은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이끈 아버지 한양원 대표의 뜻으로 일곱 살 때 처음 서당에 들어가 스물 셋에 나왔다. 이후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일을 하다 스물일곱에 훈장이 됐다. 한 훈장의 아들 역시 서당 교육을 받고 있고 딸은 국립국악고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대를 이어 민족 문화를 지키고 있는 그는 “사회적으로 전통 교육의 가치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 문제는 결국 인간 심성과 행동 양식의 문제다. 일반 학교에서 서당 교육을 1년에 일주일만 해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원 서당에서 한 훈장에게 글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사진 한재우]

남원 서당에서 한 훈장에게 글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 [사진 한재우]

현재 그는 남원 서당에서 다문화, 조손 가정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9년부터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지역 아동센터로 등록했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서당에 와 천자문 등 한자를 배운다. “어떤 문화라도 그 시대와 호흡해야 살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다른 서당에선 1박 2일 서당 스테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예절 서당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서당 문화를 전파하려 노력 중이다. “맹자에 학문지도(學問之道)는 무타(無他)라 구기방심이이의(求其放心而已矣)라는 말이 있습니다.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없다.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서당 교육은 지금 이 시대가 잊은 관계와 도리의 가치를 찾는 대안이 될 것입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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