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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금리 3% 저항선 돌파…출렁이는 외국인 투자자금

중앙일보 2018.04.26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년3개월 만에 3%를 돌파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 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년3개월 만에 3%를 돌파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 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폭풍 전야다. 세계 금융시장에 비바람이 몰아칠 태세다. 먹구름을 몰고 온 것은 급등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다. 25일(현지시간)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돌파해 3.03%까지 올랐다. 2014년 1월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물가 오르며 심리적 저항선 무너져
Fed 기준금리 4차례 인상 가능성

트럼프 정부, 추가 국채 발행 예정
한국 금융시장서 자금 유출 가능성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 동반 약세

24일 미국 10년 국채 수익률은 2.9995%에서 거래를 마쳤지만 25일 마침내 3%를 넘어섰다. 먼저 흔들린 곳은 주식시장이다. 24일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74% 하락한 2만4024.13에 장을 마감했다. 25일에는 전일 대비 0.3% 상승했지만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0.1% 떨어졌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62% 내린 2448.81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0.28%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기 금리의 기준이다. 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가계와 기업,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 빚 부담이 커진다.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기업과 가계보다 더 긴장하는 곳은 채권 시장이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채권시장이 누려온 30여 년의 강세장이 끝났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30년간 채권 수익률이 지속해서 하락(채권값 상승)하며 좋은 시절을 누려 왔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월가의 애널리스트 56명은 올해 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1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국채 금리는 빠르지는 않지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 금리는 경기와 물가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까지 2분기 연속 연율 기준 3%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3%로 올라왔다는 것은 경제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 금리 상승의 방아쇠를 제대로 당긴 것은 들썩이는 물가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물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브렌트유는 24일(현지시간) 배럴당 73.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4.1%다. 완전고용(5%)으로 여겨지는 실업률보다 훨씬 낮다. 그런데도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웠다. 목표치를 밑도는 물가 때문이었다. 물가의 족쇄가 풀리면 운신의 폭이 커진다.
 
Fed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그렇지만 물가가 움직이는 양상에 시장은 Fed가 올해 네 번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시장 금리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벼랑 끝에 몰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대규모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씨티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이 사들인 채권은 1조50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튼 주요국 중앙은행은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고 있다. 수요가 줄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공급은 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적자 정책을 펼치는 미국이 국채 발행에 나서고 있어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올해 1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투자의 지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직격탄을 맞을 곳은 주식시장이다. 잭 앨빈 크레셋 웰스 어드바저스 투자책임자(CI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한동안 금융시장의 유일한 선수였지만 수익률 경쟁이 심해지면 더 큰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금리가 다른 국가보다 높아지면 (신흥국에 유입됐던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가며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고, 이는 원자재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신흥국의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정책 금리가 역전된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시장금리 격차도 커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넘은 25일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762%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8595억원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실제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던 지난 2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은 3조9610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른 시각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월 외국인 자금 이탈은 주식시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증시 조정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 역전 기간은 꽤 오래가고 역전 폭도 더 벌어질 수 있겠지만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조현숙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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