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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도 모르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비밀

중앙일보 2018.04.25 01:41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한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한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미·중 무역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서로 상대국의 주요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수백 개가 넘는 추가 제재 검토 목록을 발표했다. 양국 무역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환율보고서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미국 경상적자는 저축 부족 때문
통상압력보다 금리인상이 효과적
한국 경상흑자는 내수 부진 때문
외환시장 정보 공개는 점진적으로

다소 소란스럽게까지 느껴질 만한 미국 정부의 최근 행보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완화됐던 미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2013년 이후 다시 악화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이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성공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대다수 경제학자는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경상수지의 큰 흐름은 총저축과 총투자와 같은 구조적인 동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한 경제의 총저축과 총투자의 차이다. 즉 한 경제의 저축이 투자에 미치지 못하면 해외로부터 차입이 불가피하고, 이것이 곧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 가계저축률이 역사적 최저점에 근접하는 등 미국의 저축률이 크게 하락한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다름 아닌 미국의 저축률 하락이라는 내부 요인에서 주로 기인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정부의 최근 무역정책은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을 환율이나 불공정무역 등 외부에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논리에 충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외부에서 해법을 찾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먼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이른 시간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30여 년 전 ‘플라자 합의’와 같이 주요 흑자국과 미국 사이에 큰 폭의 환율조정이 필수적이다. 요즘 등장한 ‘트럼플라자(Trump+Plaza)’라는 말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에 선뜻 동의해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부분적인 환율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이른바 ‘J-곡선 효과’ 등으로 실제 경상수지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론 4/25

시론 4/25

특정 국가에 대한 선별적 관세 부과와 같은 보호무역 조치도 해당 국가와의 개별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데 일부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조치가 미국 국내 저축과 투자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전체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가의 예상대로 연준이 금리를 적절한 수준까지 인상한다면, 미국의 저축률은 높아지고 투자율은 낮아져 경상수지 적자 폭은 많이 축소될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미국 경상수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주인공은 트럼프 정부의 요란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다시 한번 파티 중에 조용히 펀치볼을 치우는 중앙은행이 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 또한 미국의 통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의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사태는 피했지만, 여전히 관찰대상국으로 남았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가치의 저평가보다는 내수 부진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가계부채 등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민간소비 부진으로 한국의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에 2000년대 들어 최고치인 37.0%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투자율은 최근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30% 내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차제에 외환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이를 통해 관련 제도 개선 노력을 할 필요도 있다. 환율 조작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보유 비용 부담이 큰 외환보유액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해야 한다. 외환 건전성 규제 강화를 통해 민간 스스로 외환 유동성 및 환율변동 위험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외환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지만, 외환정책 관련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공개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다수 선진국이 이를 공개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공개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 주기나 범위는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한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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