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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한국은 왜 여성 고용률이 낮을까요?

중앙일보 2018.04.24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Q. 얼마 전 아이를 낳은 사촌 누나가 회사를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힘들게 취업했는데 안 됐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한국은 여성이 일하는 환경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왜 그런가요? 
 
결혼·출산으로 회사 그만둔 후 재취업 어렵기 때문" 
 
A. 틴틴 여러분. 혹시 유리천장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여성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직장에서 일정 직급 이상 오르지 못하는 보이지 않은 장벽을 이르는 말입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직장 내 성 평등을 점수로 환산한 겁니다.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중 꼴찌입니다. 그것도 6년 연속이죠. 총점이 간신히 20점을 넘겼습니다.
 
1위인 스웨덴은 총점이 80점을 넘었습니다. 일단 스웨덴은 여성 고용률이 80%에 육박합니다. 남성 고용률과 3.7%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나죠. 한국은 격차가 20%포인트 이상입니다. 한국은 남성과의 임금 격차, 관리직 내 여성 비율,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항목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관리직에 있는 여성의 비중이 10.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OECD 평균(31.8%)에 크게 못 미칩니다. 기업 이사회 내 여성의 비율 역시 2.1%에 그쳤습니다.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43%)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죠.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국의 직장에선 일반적으로 ‘남성 상사, 여성 부하직원’이란 등식이 성립합니다. 반대의 경우를 찾기 쉽지 않죠. 고위직은 둘째치고, 중간 관리자도 여성의 자리는 적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어서인 건 맞습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지금은 신입사원의 성비가 5대 5지만 1990년대엔 8대 2였다”며 “남성 임원이 많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언뜻 맞는 말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현재 임원의 비율 역시 대략 8대 2 정도는 돼야 합니다. 그러나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은 406명으로 전체의 2.7%(2016년)밖에 안 됩니다. 100명 중 3명도 안 되는 거죠. 2014년에 비해 고작 0.4%포인트 늘었습니다. 심지어 3곳 중 2곳은 아예 여성 임원이 없습니다. 출발하는 숫자가 달랐다는 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일자리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질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 낮은 일자리란 임금이 적고,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일자리를 말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남성 취업자는 주로 제조업(20.4%), 도매 및 소매업(13.3%), 건설업(11.7%) 등에 종사합니다. 반면 여성은 도매 및 소매업(15.5%),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14.1%), 숙박 및 음식점업(12.4%) 순입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남성이 여성의 2배고, 여성 취업자의 상당수는 임금이 낮은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의미죠. 이런 업종은 보통 사업체 규모도 작습니다. 남성 임금근로자 중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중은 14.3%지만 여성은 22.5%입니다. 고용형태도 다릅니다. 남성 임금근로자 중 74%는 정규직입니다. 반면 여성은 59%만 정규직이고, 41%는 한시적으로 일하거나 시간제로 일합니다. 쉽게 말해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란 얘기죠.
 
이런 차이는 주로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에서 비롯됩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보험제도가 도입된 2000년 여성 고용률은 50%였습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56.9%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여성 고용률을 연령별로 쪼개서 보면 한국은 뚜렷한 M자 커브를 나타냅니다. 20세 후반까지 오르다 30세 후반까지 떨어진 뒤 40세 이후부터 다시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일을 안 하다가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뒤 다시 고용시장으로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이 시기 여성 고용률에 큰 변화가 없는 OECD 회원국과 다른 점이죠.
 
문제는 일을 쉬게 되면 경력단절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경력이 끊기면 일을 하려고 해도 이전보다 임금이 적고, 고용형태가 나쁜 서비스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별·연령별 비정규직 비중을 보면 25~29세까진 남성과 여성이 유사한 흐름을 나타냅니다. 출발점은 비슷하다는 얘기죠. 그러나 30세 이후엔 상황이 달라집니다. 남성은 40대 중반까지 비정규직 비중이 10%대를 유지하지만, 여성은 30세 이후 많이 증가하고, 남성과의 격차 또한 벌어집니다.
 
자연히 월급봉투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한국은 OECD에서 꾸준히 1등을 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있는데 바로 남녀의 임금 격차입니다. 2016년 기준 여성의 시간당 평균 급여액은 1만2573만원으로 남성(1만9476만원)에 크게 못 미칩니다. 성별 임금 격차가 36%에 달하는데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64만원 밖에 못 받는다는 겁니다. OECD 평균(14.1%)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합니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여성은 2~3시간을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지요.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분위기, 엄마 중심의 육아 문화 속에서 20~30대 한국 여성은 상당한 압박에 시달립니다. 어떻게든 경력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일과 가정 양쪽 모두를 만족하게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결국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회사에 남은 사람은 승진에서 밀리고, 일찌감치 그만둔 사람은 나중에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구조인 게 사실입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건 불평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성장을 촉진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고민한다면 남녀 고용 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조언입니다. 선진국의 여성 고용률은 70~80% 정도입니다. 출산율은 1.8~2명 수준을 유지하죠. 이들도 한국처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고용률과 출산율이 함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죠.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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