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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어 南으로 내려올 듯

중앙일보 2018.04.23 19:22
남북, 정상회담 일정 최종 합의…김정은, 걸어서 '월경'할 듯 
 
 남북이 23일 4ㆍ27 남북정상회담의 세부 일정에 최종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27일 오전부터 공식 환영 만찬까지 사실상 종일 이어진다. 장소는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 전경.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18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 전경.

 
이날 남북간 3차 실무회담에 참여했던 권혁기 춘추관장은 브리핑에서 “남북은 의전ㆍ경호ㆍ보도와 관련한 세부 일정에 합의했다”며 “27일 오전 양 정상의 역사적 첫 만남을 시작으로 공식 환영식, 정상회담, 환영 만찬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에 참여할 대표단과 수행원 명단은 이른 시일 내 확정해 상호 통보하기로 했다. 최종 합의인 만큼 남북은 김상균 남측 수석대표와 김창선 북측 대표단장이 합의서에 서명ㆍ날인하는 과정도 거쳤다.  
 

청와대는 그러나 김 위원장의 부인인 이설주의 동행 여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도보 또는 차량을 이용해 넘어올지 여부, 의장대 사열 여부,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의 공동발표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사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마쳤지만 북측이 세부 일정의 조기 공개를 원하지 않아 이날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구체적 일정은 26일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프레스센터가 마련될 일산 킨텍스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설주 부부(왼쪽)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상 이설주는 단색 투피스를 입고 있고, 펑 여사는 꽃무늬의 흰 원피스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이설주 부부(왼쪽)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상 이설주는 단색 투피스를 입고 있고, 펑 여사는 꽃무늬의 흰 원피스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김씨 3대’ 중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은 판문점 북측 구역에서부터 생중계를 포함해 남측 기자단의 취재도 허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측 구역부터 취재하면 정상의 첫 만남부터 환영식에 이르기까지 훨씬 생동감 있고 좋은 장면을 전 세계에 타전할 수 있다고 보고 남북이 논의했다”며 “남측에서만 촬영하면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에 다다랐을 때만 취재할 수 있는데 취재 영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남측 평화의집까지 도보로 이동하고, 이를 문 대통령이 맞이하는 동선이 합의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으로 향하며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고 있다. [중앙포토]

 
또 이날 정상회담 일정에 공식 환영식이 포함되면서 김 위원장이 남쪽 땅을 밟은 후 평화의집까지 걸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군 의장대의 사열 등이 준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오찬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공식 브리핑에선 ‘오찬’이라는 표현을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찬과 관련 “세부적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말했다. 이때문에 일반적 오찬과는 다른 파격적 동선에 합의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양 정상이 오찬을 따로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 공식 수행원과 함께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서 오찬을 했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김정일 위원장과의 오전 회담 이후 옥류관에서 남측 대표단과 따로 오찬을 했다. 당시 오찬은 남북 간 입장차를 정리하는 시간으로 활용됐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트랩까지 영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손을 잡고 웃으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트랩까지 영접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손을 잡고 웃으며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는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공개된 일정에는 합의문 발표 관련 일정도 빠졌다. 각각 2박 3일에 걸쳐 진행됐던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는 남북이 합의안 개요를 작성하고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데 양 정상의 공식 만찬 시간을 할애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27일 당일 열리는 이번 회담의 일정을 감안할 때 자정을 넘어 ‘4ㆍ28 선언’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남북은 이날 24일 남측 리허설→25일 북측 리허설→26일 남북 합동 리허설로 이어지는 3차례의 리허설 일정에도 합의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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