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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터프하게 몰아세웠다" 지지율30% 아베 눈물겨운 홍보

중앙일보 2018.04.23 12:20
"협상에서 터프한 신조가 골프에서도 터프하면 (내가)곤란하지 않느냐."    
 

산케이 '트럼프-아베 둘만의 대화' 집중 보도
"트럼프가 아베 양복 먼지도 털어줘"내용도
지지율은 갈수록 최악,TV아사히선 29.0%
요미우리 "외교 통한 지지율 부양 실패"

17일(현지시간)플로리다에서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플로리다에서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의 골프 라운딩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23일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빡빡한 일본 국회 일정때문에 지난 1월2일 이후 3개월여만에 골프 채를 잡은 아베 총리는 라운딩 초반 당연히 스코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라운딩에 동반한 프로 골퍼로부터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뒤 스코어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빙그레 웃는 아베 총리를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에서 까지 터프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했다는 게 산케이의 보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고 있다.[일본 내각홍보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고 있다.[일본 내각홍보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베 총리가 양보없이 터프하게 협상을 잘 했다'는 함의가 담겨있는 셈이다.       
 
최근 일본 언론들 가운데 아베 총리와의 관계가 가장 원만하다는 산케이 신문엔 이처럼 트럼프와 아베 총리 두 사람이 나눈 대화와 회담 뒷얘기가 ‘마치 누군가가 그대로 기사를 불러준 듯’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17일 통역외엔 배석자가 없었던 두 정상의 단독회담에서 나온 대화도 고스란히 보도됐다. 
  

“6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일무역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아베 총리가 “일본으로부터 미국에 700억달러의 투자가 흘러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미국에게 흑자다”라고 버텼다는 대목이다.    
22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22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납치 피해자 메구미의) 부모님들이 건강하신 동안 메구미를 (북한에서)데려오고, 그 메구미를 부모님들이 껴안는 날까지 나의 사명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납치문제에 대한 신조의 정열은 대단하다.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있다.
 
 또 18일 공동 기자회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우리 두 사람의 인연이 강고하다는 걸 보여주자”고 했고, 특히 “TV에 잘 비치는 게 중요하다.스마트하게 잘 비쳐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양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줬다는 시시콜콜한 얘기도 소개됐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뜨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본내 아베 총리 지지자들에겐 중요한 홍보 포인트들이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깨알 홍보 총력전을 펴는 건 그를 둘러싼 국내 정치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마이니치 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0%, 요미우리 신문 조사에선 39%였다. 각각 한달전과 보름전 실시된 조사보다 3%포인트가 또 빠진 것이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TV아사히 조사에선 내각 지지율이 30%가 채 안되는 29.0%였다.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출범이후 가장 낮았고 아베 총리의 조기 퇴진을 바라는 답변이 60%나 됐다.
 
각종 사학재단 스캔들과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희롱 파문으로 인한 수렁속에서 아베 총리가 할 수 있는 건 산케이 신문 보도처럼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과거 위기때마다 아베 총리를 구해냈던 북한과 외교 문제의 약발도 이제 다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은 “아베 총리가 방미를 염두에 두고 주변에 ‘4월이 되면 국면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지만, 외교를 무기로 정권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결국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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