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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드루킹 게이트’ 진실 규명 특검 외에는 답이 없다

중앙일보 2018.04.23 01:34 종합 30면 지면보기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인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가 점입가경이다. 양파껍질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의혹에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다.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특별검사 도입을 놓고 정치적 공방만 벌인다. 이런 가운데 경남지사에 출마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과 댓글 조작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구속기소)씨 사이에 수백만원대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측은 오사카 총영사 등 인사 청탁이 거절당하자 김 의원 보좌관에게 텔레그램으로 500만원 금전 관계를 언급하며 협박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자 김 의원은 어제 입장 자료를 내고 “보좌관이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를 통해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라며 보좌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번 ‘500만원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실세로 통하는 김 의원과 김씨 사이의 연결고리를 풀 중요한 열쇠다. 언제, 어떻게, 왜, 어떤 식으로 주고받았는지 밝혀 진실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더구나 김 의원 말은 더는 믿을 수 없게 됐다. “텔레그램으로 의례적인 감사 인사만 보냈다” “인사 청탁은 무리한 요구라 받아주지 않았다” “홍보하고 싶은 기사 주소(URL)가 드루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을 바꾸며 김씨와의 연루설을 부인했지만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둘 사이에 수십 차례 대화가 오고 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김 의원이 ‘홍보해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URL 10여 개를 보냈고, 김씨가 ‘처리하겠습니다’는 답변까지 한 것도 밝혀졌다.
 
경찰이 뒤늦게나마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미 신뢰는 곤두박질쳤다. 어제서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와 인터넷 커뮤니티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압수수색한 것만 봐도 그렇다. 수사의 ABC마저 내팽개친 늑장·부실 수사 아닌가. 그러고선 인력을 보강해 폐쇄회로TV(CCTV)도 확보했다고 호들갑 떨었다. 이런 황당한 일은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이 자초했다. 이 청장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등 김 의원을 비롯한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있어 사건을 덮고 감싸려 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제 이 청장을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하고 부실 수사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도록 하는 게 합당하다.
 
결국 진실의 문을 열려면 특검밖에 답이 없다. 정권 눈치만 보는 경찰과 검찰의 구태를 국민이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오늘 ‘특검 및 국정조사’ 공조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개전투를 벌여 오다 “댓글 조작을 중대 범죄로 인식했다”며 손을 맞잡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며 버티고, 청와대는 “특검법은 청와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해 특검을 도입했던 일을 잊어선 안 된다.
 
‘드루킹 게이트’는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국면이 전환되길 기다리며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민의를 비트는 댓글 조작 행위를 뿌리 뽑지 못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정치권은 조속히 특검법을 마련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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