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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호텔] 바다거북과 수영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중앙일보 2018.04.23 01:00
르당(Redang). 말레이 반도 동쪽, 남중국해에 떠 있는 작은 섬이다. 우리에겐 낯선 지명이다. 그럴 수밖에. 직항편도 없고, 섬을 갈 수 있는 시기도 제한적이니. 그러나 뻔한 동남아 휴양지에 질린 사람이라면 르당이란 이름을 새겨두는 게 좋겠다. 섬 전체가 말레이시아 정부가 엄격히 관리하는 해양공원이어서 바다가 깨끗하다. 동남아에 널린 게 에메랄드빛 바다 아니냐고? 르당은 조금 차원이 다르다. 바다거북과 수영을 즐기고, 3000종이 넘는 물고기와 500종이 넘는 산호를 감상할 수 있다. 환경오염으로 섬이 폐쇄된 필리핀 보라카이, 한국인이 여행객 대부분이어서 ‘이국의 낭만’을 느끼기 어려운 베트남 다낭 같은 곳과 달리 고요한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말레이시아 르당 타라스 리조트
정부가 관리하는 남중국해 해양공원
멸종위기 처한 바다거북의 낙원
몬순 영향 없는 5~8월이 방문 적기

남중국해에 떠 있는 작은 섬 르당.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초로 지정한 해양공원으로, 깨끗한 바다와 고요한 섬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남중국해에 떠 있는 작은 섬 르당.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초로 지정한 해양공원으로, 깨끗한 바다와 고요한 섬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섬을 찾은 건 2016년 6월.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간 뒤 국내선을 타고 말레이반도 북동쪽 해안도시 쿠알라트렝가누로 이동, 다시 여객선을 타고 2시간을 가서야 섬에 닿았다. 예약해둔 ‘타라스 비치 앤 스파 리조트(The taaras beach and spa resort, 이하 타라스 리조트)’에서 항구로 마중 나왔다. 객실에 짐을 풀기 바쁘게 해변으로 달려 나갔다. 배 타고 가면서 본 바다빛깔이 너무 찬란했기 때문이다.
르당에서는 바다거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초록거북이 특히 많이 사는데 해마다 약 20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르당에서는 바다거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초록거북이 특히 많이 사는데 해마다 약 2000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르당에는 바다거북이 많이 산다. 타라스 리조트에서는 멸종위기종에 처한 바다거북 보호활동을 벌이고 방문객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르당에는 바다거북이 많이 산다. 타라스 리조트에서는 멸종위기종에 처한 바다거북 보호활동을 벌이고 방문객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레크리에이션 센터로 가보니 마침 배를 타고 나가 바다거북을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일본·호주 관광객과 함께 작은 보트에 올라탔다. 동쪽으로 약 5분을 이동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깊은 곳에서 검은 물체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초록거북이었다. 등껍질이 1m는 족히 넘는 어른 거북 두 마리와 앙증맞은 새끼 거북 한 마리가 다가왔다. 물속으로 뛰어들어 약 30분을 거북이와 놀았다. 한 일본인은 “오직 거북을 보기 위해 르당을 찾아왔다”며 “하와이를 비롯해 태평양의 수많은 바다를 가봤지만 거북을 만지면서 함께 유영한 건 난생 처음”이라며 감격해 했다.
해양공원으로 지정된 르당 앞바다는 시야가 맑아 수많은 물고기와 잘 보존된 산호를 만날 수 있다.

해양공원으로 지정된 르당 앞바다는 시야가 맑아 수많은 물고기와 잘 보존된 산호를 만날 수 있다.

거북을 봤으니 이제 물고기와 산호를 만날 차례. 마침 스노클링 프로그램이 있어 참가했다. 3시간 동안 섬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산호와 물고기가 많은 포인트를 둘러봤다. 수심 약 5m의 바다는 그야말로 산호와 열대어의 낙원이었다. 동남아시아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포리고기부터 나비고기·청비늘돔 등이 수려한 외모를 뽐냈다. 스노클링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이튿날에는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했다. 리조트 앞바다 수심 10m까지 내려갔다. 멀찍이서 내려다봤던 산호와 물고기, 해삼과 조개가 눈앞에서 춤췄다. 지금껏 호주의 대보초와 태국 코타오, 사이판 등 소문난 바다에서 다이빙을 해봤지만 르당 만큼 눈부신 바다는 보지 못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니모'로 더 익숙한 흰동가리. 수심 10m 바닷속에서 만났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니모'로 더 익숙한 흰동가리. 수심 10m 바닷속에서 만났다.

‘내가 사랑한 호텔’을 소개한다면서 줄곧 바다 이야기만 했다. 타라스는 말레이시아 굴지의 부동산 기업 버자야가 1996년에 지은 리조트로, 르당 최고급 숙소로 꼽힌다. 입지부터 다른 리조트와 차별화된다. 리조트 대부분이 섬 동쪽 해변에 몰려 있는 반면, 타라스는 하트 모양의 섬 북쪽 움푹 들어간 아담한 만(灣)에 숨어 있다. 모래를 표백이라도 한 걸까?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이 깔려있고, 그 모래 덕분에 바닷물은 옅은 옥빛을 띤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해변가 바위 주변에서 온갖 화려한 물고기를 볼 수 있다. 이따금 상어도 출몰한다. 식인상어는 아니고 흑기흉상어다. 
 옅은 옥빛을 띠는 해변에 자리잡은 타라스 리조트.
옅은 옥빛을 띠는 해변에 자리잡은 타라스 리조트.
말레이시아 르당
말레이시아 르당
타라스 리조트는 르당 섬에서 최고급 숙소로 꼽힌다.
타라스 리조트는 르당 섬에서 최고급 숙소로 꼽힌다.
타라스 리조트는 르당 섬에서 최고급 숙소로 꼽힌다.
타라스 리조트는 르당 섬에서 최고급 숙소로 꼽힌다.
5성급 리조트답게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은 높고 객실도 널찍하다. 음식은 다소 아쉽다. 레스토랑이 2개, 밤에 술을 파는 라운지가 1개, 해변 쪽에 바가 1개 있지만 차원 높은 미식 체험을 즐기기는 어렵다. 음식 맛을 상쇄해주는 자연환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식사를 하길 권한다.
리조트 밖으로 한 걸음도 안 나가도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레크레이션센터를 가면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뿐 카야킹 등 다양한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타라스 리조트에 갔다면, 꼭 무얼 하지 않아도 된다. 리조트 방문객 대부분은 해변 파라솔 아래서 망중한을 즐긴다. 낮잠을 자고 책을 읽는다. 구태여 바닷속으로 뛰어들지 않아도 좋다는 말이다.
르당이 더 매력적인 건 아무 때나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말레이반도 동쪽, 즉 남중국해는 겨울이 몬순 기후다.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비가 많이 내리고, 바다도 사나워진다. 하여 르당의 숙소나 레저업체들은 이 기간에 문을 닫는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도 쉰다. 10월부터 3월까지 영업을 안 하는 곳도 많다. 섬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5~8월이다.

리조트 앞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

리조트 앞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

 

◇여행정보=한국에서 르당을 가는 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까지 간 뒤 국내선을 타고 쿠알라트렝가누로 간다. 쿠알라트렝가누에서는 시내에서 가까운 샤반다르 제티(Shahbandar Jetty) 선착장에서 일반 여객선을 타거나 메랑 워터프론트 제티(Merang Waterfront Jetty)다. 타라스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경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다. 쿠알라룸푸르 인근 수방 공항( Subang Airport)에서 리조트 전용기를 타면 된다. 1인 왕복 1590링깃(약 43만원)으로, 전용기 탑승을 포함한 패키지 상품도 있다. 리조트 홈페이지(thetaaras.com) 참조. 1박 약 2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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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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