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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과장 뜬금없는 대기발령

중앙일보 2018.04.23 00:42 종합 16면 지면보기
보건복지부 A 과장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 병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언사를 해 대기발령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정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속 간호사 사망 사고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회식 술자리를 가지거나 A 과장에게 큰절을 하는 소동을 벌였다.
 

병원장들 모인 자리서 폭언 갑질?
복지부 “과장 잘못 확인 … 감사 착수”
‘문 대통령 동지’ 국립중앙의료원장
청사 찾아 과장에게 무릎꿇고 큰절

22일 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등에 따르면 18일 저녁 정 원장 등 다수의 병원장이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A 과장·담당국장 등과 모임을 가졌다. 모임이 끝날 무렵 A 과장이 벌떡 일어나 “복지부를 무시하는 거냐”면서 모 병원장에게 대뜸 화를 냈다. A 과장이 폭언한 직후 모임은 파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다음날 이러한 상황을 보고받고 즉각 대기 발령을 냈다.
 
복지부 관계자는 22일 “A 과장의 잘못이 확인돼 대기 발령하고 A 과장의 언행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A 과장이 이전에도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확인돼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이런 언행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A 과장의 대기발령에 정 원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6일 새벽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소속의 남성 간호사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중앙의료원 측이 복지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A 과장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뒤늦게 사실을 인지하고 중앙의료원 관계자들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보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19일 오전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를 찾아가서 A 과장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다.  
 
그는 사무실에서 “잘못 모셔서 죄송합니다”라며 대뜸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 일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자 당황한 A 과장은 맞절하며 “왜 그러시냐”며 정 원장을 일으켰다.
 
정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꼽힌다. 지난해 1월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인 ‘더불어포럼’을 창립할 때 공동대표 23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 원장이 ‘의료계 실세’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소규모 민간 병원(현대여성아동병원) 운영 경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출범한 공공보건의료발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됐고, 지난 1월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국립중앙의료원장에 임명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정 원장이 정부 인사를 추천한 사실 등을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A 과장이 간호사 자살을 보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으며 국립중앙의료원 측을 질책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A 과장이 평소 의료계에서 평이 안 좋긴 했지만 정 원장 큰절 직후에 갑자기 대기발령이 난 것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산하기관장이라고는 하지만 정 원장이 실세로 알려져 있는데 공무원이 갑질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정 원장의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응급실 간호사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16일 저녁에 정 원장을 비롯한 국립중앙의료원 간부진이 기존에 잡혀있던 의료원 내부 간담회를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선 식사와 음주 등이 이뤄졌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내부 직원이 숨졌는데 수뇌부가 술자리를 가진 건 이해할 수 없다. 숨진 직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A 과장과 정 원장의 입장을 들으려고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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