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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통계 엿보기] 100일 넘게 묵히기도…추경, 국회 통과 얼마나 걸렸나

중앙일보 2018.04.22 00:10
추가경정예산(추경)은 ‘타이밍(시기)’이 중요하다고 한다. 급한 사정에 따라 예산을 변경한 것이라 신속하게 처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추경이 확정되기까지 과정은 녹록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국회 동의 추경, 2000년 통과에 106일 걸려
'속전속결'도...2002년 3일 만에 문턱 넘어
'드루킹 사건'에 지방선거까지...'추경 무산론' 도
"정치적 이유로 논의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추경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여야 간 정쟁이 빚어질 경우 추경이 뒷전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19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자체와의 소통을 위한 '범정부 추경대응 TF 2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김용진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19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자체와의 소통을 위한 '범정부 추경대응 TF 2차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국회 처리 기간이 가장 길었던 추경은 지난 2000년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저소득층 생계 안정’을 위한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국회에서 106일 동안 발이 묶이며 최장기간이 소요됐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편성된 4조6000억원 규모 ‘고유가 극복 및 민생안정’ 추경 역시 90일 동안 국회에 머물렀다.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은 국회 문턱을 넘는 데 45일이 걸렸다. 2008년 이후 가장 오래 걸렸다. 세계 금융위기가 벌어진 2009년 ‘경제 위기 극복’ 추경은 사안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제출 후 30일이 지나서야 국회 문턱을 넘으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 2005년 ‘의료ㆍ생계급여 부족분 보충’ 추경, 2016년 ‘조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위기’ 추경은 각각 46일, 38일 만에 국회 의결을 받았다.
 
반면 ‘속전속결’로 처리된 경우도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 추경은 3일 만에,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및 집중호우로 인한 재해’ 추경은 11일 만에 국회 절차를 마무리했다. 
 
2015년 11조6000억원 규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및 가뭄 극복’ 추경도 18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자연재해에 따른 추경의 경우 큰 논란거리가 없어 상대적으로 빨리 통과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 및 구조조정 지역 지원을 위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추경은 지난 6일 국회에 제출됐다. 보름가량 지났는데 아직 추경에 대한 논의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최근 사퇴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까지 불거지며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 9일 예정됐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안 시정연설, 10~12일 열릴 계획이었던 대정부 질문은 모두 무산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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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남북 정상회담, 지방선거와 같은 굵직한 정치 일정이 즐비하다. 이에 사상 초유의 ‘추경 무산론’까지 나온다. 지금까지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정부는 조속한 추경 통과를 호소한다. 그래야 추경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이후 세 차례나 국회를 방문해 추경 통과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을 중심으로 ‘범정부 추경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추경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초 목표로 했던 4월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다음 달 초까지는 어떻게든 통과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월 초까지 추경 통과가 되지 않으면 연휴와 지방선거 일정 등에 밀려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추경 통과가 미뤄질 수 있다”라며 “그러면 구조조정 여파에 대한 실업자 생계 지원과 전직 지원, 청년에게 약속했던 재정지원을 제때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전북 군산, 경남 거제 등 지방자치단체도 추경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GM 사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는 군산시는 “제조업 종사자의 47%가 일자리를 상실할 위기이며, 인구의 26%(7만 명)가 생계위기에 내몰린 상태”라고 밝혔다. 
 
한준수 군산시 부시장은 지난 19일 TF 회의에 참석해 “추경안이 상정되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지역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추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여야 대립이 첨예해 추경 통과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추경의 효과 여부를 떠나 정치적 이유로 논의조차 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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