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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내각 등에 62명 진출…‘참여연대 정부’ 비판도

중앙선데이 2018.04.21 02:31 580호 10면 지면보기
공직 통로 된 참여연대
홍일표·김기식·장하성. 5월 초순으로 예정된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폐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물들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아래서 일하는 홍일표 선임행정관이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한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19대 의원 시절 USKI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곤 했다. 당시 보좌관이 홍일표 행정관이었다. 이들 사이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참여연대다.

청와대 실장·수석 3명 포함 9명
내각엔 정현백·김상조 등 4명

사법감시센터 소장 출신 6명 공직
경제개혁센터·사무처도 진출 활발
일각 “공직 하고 싶어 참여연대행”

 
김기식·장하성·김상조·조국. 최근 금융감독원장 임명과 퇴진 과정에서 거명되는 사람들이다. 김 전 원장이 시민단체  또는 정치인 출신의 첫 금감원장으로 임명됐을 때 경제계에선 “장하성-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김기식의 트로이카 재벌개혁 체제가 완성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낙마 과정에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증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들 사이 공통점 역시 참여연대다.
 
야권을 중심으로 ‘참여연대 전성시대’ ‘문재인 정권과 참여연대의 공동정부’ ‘제5의 권부(權府) 참여연대’란 비유가 나온다. 참여연대가 정권의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는 주장이다.
 
DJ·노무현 9년간 271개 직위 진출
중앙SUNDAY는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참여연대 정기총회 자료집에 포함된 임원 명단을 현 정부의 인선안과 대조했다. 청와대와 정부·산하단체 수장, 대통령직 인수위에 해당하는 국정자문기획위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각 부처에 설치된 ‘적폐청산’위 등이 대상이다. 임원 명단에 없더라도 참여연대 이력이 있는 인사를 찾았다. 그 결과 62명(중복 임명 포함)이 참여연대 소속이거나 한때 적을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출직인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포함하면 65명이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2006년 류석춘 연세대 교수팀이 발간한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6년 2월까지 참여연대 출신이 공직이랄 만한 자리에 진출한 걸 총망라한 결과, 직업을 확인할 수 있었던 416명 중 150명이 313개의 공직을 맡았다. 특히 김대중(DJ)·노무현 정부 시기에 집중됐는데 각각 5년간 113개, 4년간 158개 자리였다.
 
이번 조사 대상은 당시보단 한정적이다. 정권이 출범한 지 채 1년도 안 된다. 그런데도 65명이라는 건 그때보다 공직 진출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청와대나 내각 발탁이 대폭 증가했다. 참여연대 출신이 대거 진출했다는 노무현 정부 때도 특정 시기에 장관급 이상이나 수석급 참여연대 출신은 많아야 2명 정도였다. 2006년 초반이 한 예로, 내각엔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이, 청와대엔 이백만 홍보수석과 황인성 시민사회수석이 있었다. 대부분은 정부 산하 위원회의 일을 했다.
 
현 정부에선 그러나 핵심 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정책실장(장하성)·민정수석(조국)에다 사회수석(김수현)까지 더해졌다. 비서관급도 네 명이 있다. 선임행정관급에서도 최소 두 명이 참여연대에서 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내각 진출은 노무현 정부 압도
내각도 못지않아 여성가족부 장관(정현백)과 공정거래위원장(김상조)·방송통신위원장(이효성)·국민권익위원장(박은정) 등 네 명이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낙마를 안 했다면 법무부 장관(안경환), 고용노동부 장관(조대엽), 금융감독원장(김기식)까지 추가됐을 수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들은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일종의 연고(緣故)다. 장하성 실장과 김상조 위원장은 참여연대의 경제개혁센터·경제민주화위에서 호흡을 맞추곤 했다. 2000년 장 실장이 경제민주화위원장이었을 때 김 위원장은 산하 재벌개혁감시단장이었다. 2002년엔 김 위원장이 경제개혁센터 소장이었고 장하성 실장은 센터의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황덕순 비서관은 1996년 조희연 교육감이 주도한 국제인권센터의 인도네시아 현장조사에 참가했다. 홍일표 행정관은 1999년부터 6년간 참여연대에 있으면서 장하성 실장과 상당 기간 함께 활동했다.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청와대를 ‘접수했다’는 말까지 듣는 10여 명의 총학생회장 중 한 명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 출신인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은 김용익 서울대 교수의 제자다. 김용익 교수는 DJ·노무현 정부 때 건보공사 이사→정책기획위 위원→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장→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거쳤으며 현 정부 들어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발탁됐다.
 
김용익 교수보다 더 많이 진출한 이도 있으니 조국 수석이다. 조 수석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민주화보상심의위원 ▶국무조정실 성매매방지기획단 위원 ▶대검찰청 위원 ▶여성부 성매매방지기획단 위원 ▶여성부 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대법원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 등 6자리를 맡았다.
참여연대 기구 기준으로 현 정부 참여율이 가장 높은 곳은 사법감시센터다. 1994년 이래 소장은 법학자인 박은정→한인섭→조국→한상희→하태훈→서보학→임지봉 교수로 이어져 왔는데 이들 중 한상희 건국대 교수를 제외하곤 모두 현 정부에서 한 차례 이상 기용됐다. 박은정 서울대 교수는 국민권익위원장이 됐고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를 거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됐다.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국가인권위 혁신위원장, 서보학 경희대 교수는 경찰청 경찰개혁위원,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에 인선됐다.
 
사무처장들은 선출직 진출도가 높았다. 조희연(서울시 교육감)→박원순(서울시장)→김기식(전 의원, 전 금융감독원장) 등이 그 예다.
 
현 정부 들어 ‘위원’ 전문인 이도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로 국정기획자문위원, 국정원 적폐청산TF 위원장, 정책기획위원장에 이어 정책기획위 산하의 국민헌법자문특위원장까지 연속으로 발탁됐다.
 
참여연대 요직 과점에 비판도 거세져
류석춘 교수는 참여연대 보고서에서 “순수한 시민단체로 출발한 참여연대가 국가권력의 배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세력으로 변신한 성장 메커니즘은 (참여연대가 비난해온) 삼성이 이용하는, 또 삼성을 움직이는 메커니즘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비공식 네트워크가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회원들의 공직 진출을 개인적 행위로 돌렸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엔 달라졌다. 2014년 참여연대가 기획·발간한 감시자를 감시한다에서 정상호 서원대 교수 등은 “참여연대는 출범할 당시 두 가지를 약속했다. 정치 지향적이지 않은 시민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후자의 약속을 힘닿는 대로 실천해왔다. 그러나 전자의 약속은 시대나 정치 상황에 따라 심각한 논쟁을 낳았고 적지 않은 변화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2014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출마가 시발점이었다고 한다. 박영선 참여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이와 관련 ▶불통과 억압으로 일관한 이명박 정부의 출현 ▶자율적인 촛불 시민의 등장 ▶민주화 운동 세력과 386세대가 소진된 현 상황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운동가들이 제도 정치로 진출해야 한다는 리더십 교체론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현실정치 참여는 본질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한때 참여연대에 참가했다가 이젠 거리를 두는 한 교수는 “옛날엔 비당파적이었고 복잡하지 않았는데 2002년을 거치며 애매해졌고 나와는 안 맞게 됐다”며 “시민단체가 정치영역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공직을 하고 싶어 참여연대에 간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정 집단이 공직 과점이 결국 권력 내부에서의 견제와 균형을 깰 뿐 아니라 ‘집단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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