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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그 너머의 콘텐트를 꿈꾸다

중앙선데이 2018.04.21 02:00 580호 8면 지면보기
익명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더 에러’와 나눈 이야기
 
최근 ‘아더 에러X메종 키츠네’ 협업 컬렉션에서 선보인 메인 이미지. ‘바람에 흩날리기’를 컨셉트로 삼았다. 사진 아더 에러

최근 ‘아더 에러X메종 키츠네’ 협업 컬렉션에서 선보인 메인 이미지. ‘바람에 흩날리기’를 컨셉트로 삼았다. 사진 아더 에러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이 두 모델의 얼굴을 가린 이미지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이 두 모델의 얼굴을 가린 이미지

아더 에러(Ader Error)는 소위 ‘얘기가 되는’ 패션브랜드다. 설립 4년 만에 매출이 200% 성장한데다 올 가을·겨울 컬렉션부터는 세계 40여개 주요 매장에서 팔릴 예정이다. 옷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편집숍인 10 꼬르소꼬모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였고, 이달엔 열혈 매니어층을 확보한 프랑스 기반 브랜드 ‘메종키츠네’와 협업하며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 해외 패션 매체·바이어들이 가장 주목할만한 한국 브랜드로 왜 아더 에러를 꼽는지 짐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보나 신생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높일 최고의 타이밍. 하지만 아더 에러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는 정도로만 정체를 밝힐 뿐,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걸 철저히 숨기고 있다. 그럴수록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이유가 더 궁금해질 수 밖에. 그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봤다. 인터뷰를 청한 지 정확히 7개월 만에 이메일로 답을 받았다.
 
홍대 앞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 시즌 컨셉트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2017 가을·겨울 시즌 당시 내부 모습

홍대 앞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 시즌 컨셉트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2017 가을·겨울 시즌 당시 내부 모습

카페 키츠네와 협업한 플래그십 스토어 내 카페. 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카페 키츠네와 협업한 플래그십 스토어 내 카페. 오는 10월까지 운영한다.

2017 봄·여름 시즌의 홍대 앞 플래그십 스토어

2017 봄·여름 시즌의 홍대 앞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키츠네의 상징인 여우 로고가 박힌 니트

메종 키츠네의 상징인 여우 로고가 박힌 니트

20~30대 서른 명 젊은 크루들이 멤버



창업 스토리에 대해선 2014년 인테리어 디자이너·패션·건축·재무 쪽에서 일하던 네 명의 젊은이가 만들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2017 WWD). 처음엔 티셔츠·스웨트셔츠 같은 기본 아이템으로 시작했던 컬렉션이 지금은 코트·트랙팬츠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브랜드 색깔은 선명하다. 모든 옷에 남녀를 구분하지 않게 만들고, 오버사이즈와 스트리트 패션 무드를 고수한다. 4만~30만원 대의 캐주얼 의류임에도 매 시즌 일정 수량 이상은 생산하지 않는 희소성도 내세운다. 이런 아더 에러만의 감성을 알아주는 2030 충성 고객이 하나둘 생겨 나며 이제는 ‘컬트 브랜드’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창작 그룹이라면 멤버는 몇 명이고, 성별이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던 네 사람이 함께 만든 브랜드다.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인연인지는 말할 수 없다. 지금은 쇼룸·스토어·본사까지 약 30명 정도로 멤버가 늘어났다. 연령대는 20-3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외국인은 없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더 합류하고 있고, 대부분 브랜드에 전업으로 참여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던 창작자들이라면서 왜 패션을 택했나.
“우리는 같은 사물·사람·현상이라도 좀더 새롭고 멋있게 표현해낼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옷 그자체가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패션을 통해 익숙한 듯 하지만 새롭게, 평범한 것 같지만 독특하게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가령 같은 옷을 남녀 모델이 입은 모습은 성 역할에 대한 터부를 흐려 놓는다.”
 
컬렉션 작업은 어떻게 하나.
“팀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때로 협업을 하기도 한다. 디자인팀만이 아니라 모두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낸다. 우리는 크루이기 때문에 모두의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발전시킨다. 아이디어 칠판을 만들어 구체적으로 좁혀나간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마치 잡지처럼 편집하는 방식이다.”
 
여럿이기 때문에 어떤 기준이 필요할텐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FINE’ 법칙을 지켜가고 있다. 재미있느냐(Fun), 즉각적 느낄 수  있냐(Intimiately), 새롭냐(New), 이해하기 쉽고 다가가기 편하냐(Easy)라는 거다.”
 
이런 작업을 굳이 익명으로 하는 이유는 뭔가.  
“신비주의를 원칙으로 삼은 적은 없다. 다만 우리는 굳이 앞으로 나서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멤버 개개인에 대한 생각이나 시선으로 브랜드가 평가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도 브랜드를 알리려면 ‘간판’이 필요하지 않나.  
“총괄 이사와 마케팅 담당자가 대외 창구 역할을 한다. 해외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지만 일단 사진 촬영이나 신상 공개는 모두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베트멍’이라는 별칭이 있다 (베트멍은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이끄는 신진 브랜드로, 6~7명이 익명으로 작업하는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아더 에러는 시즌마다 신상품을 보여주는 컬렉션 뿐만 아니라, 패션을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전시와 문화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서울 한남동에 있는 전시공간인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전시를 열었다. 아마도 공간 기획이나 문화 프로젝트 등을 통해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 베트멍과 가장 다른 부분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패션으로 시작해서 패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패션을 시작으로 더 다양한 분야로의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폭넓은 교류도 갈망한다.”  
남녀 옷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아더 에러는 룩북에서 같은 옷을 입은 남녀 모델을 등장시킨다 . 깨끗한 구성, 화사한 색상을 특징으로 하는 사진작가 칸 다가르슬라니가 찍었다.

남녀 옷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아더 에러는 룩북에서 같은 옷을 입은 남녀 모델을 등장시킨다 . 깨끗한 구성, 화사한 색상을 특징으로 하는 사진작가 칸 다가르슬라니가 찍었다.

 
인스타 팔로어 38만 전세계 고객과의 소통


‘아더 에러식 콘텐트와 교류’의 핵심은 소셜 미디어에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명민하게 활용한다. 올리는 사진들은 옷을 보여주는 브랜드 룩북이라기보다 그 자체가 화보라 할만큼 감각적이다. 무심한듯 하지만 적절히 혼합된 스타일링, 튀면서도 세련된 컬러 조합, 여기에 외국인 모델의 쿨한 포즈와 눈빛은 새롭고 독특한 시각적 자극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공략한다. @ader_error 의 팔로어수는 38만명에 달한다.  
 
신진 브랜드 치고 팔로어 수가 상당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오프라인 매장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중심의 흐름이 변하고 있지 않나. 아더 에러를 론칭하기 전부터 이 점을 염두에 뒀다. SNS에서라면 우리의 콘텐트를 통해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브랜드의 주요 콘텐트를 다루는 @ader_error 계정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브랜드 아카이브를 다루는 @adererror_official 계정을, 그 다음으로는 팔로어들이 스타일링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ader_styling 계정을 함께 운영하면서 콘텐트의 종류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제품을 넘어, 우리의 모든 콘텐트를 아껴주고 지지해주고 있다. 누군가 아더 에러를 컬트 브랜드로 불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확인이다.”  
 
사진에 해외 모델이 많아 “한국 브랜드인 줄 몰랐다”는 말도 나온다.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콘텐트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컬렉션을 포함해 우리가 만드는 모든 콘텐트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강요하기보다, 보는 이에따라 자유롭게 그것을 해석하고 즐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열어둔다. 어쨌거나 해외 모델을 쓰는 건 처음부터 국내 비즈니스만을 생각한 게 아니라서다. SNS에서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들과 교류하려면 중요한 부분이니까. 이와 별도로 해외 모델이 아더 에러의 무드와 감성이 좀 더 잘 맞는다고 판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니섹스·스트리트·유스컬처 등 아더 에러가 내세우는 콘텐트는 요즘 유행을 좇는 것인가.
“우리의 생각들과 표현 방식이 현재의 문화·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는 시대다. 그래서 우리가 형성하고 싶은 새로운 문화를 이 수식어들 없이 말하기 힘들 것이다. 큰 흐름에 맞추면서도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정체성과 방향성을 지켜갈 뿐이다.”  
 
2018 봄·여름 리조트 컬렉션. 수많은 콘텐트를 보여주고 공유하는 매개체로서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8 봄·여름 리조트 컬렉션. 수많은 콘텐트를 보여주고 공유하는 매개체로서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영감을 얻었다.

인스타그램을 넘어선 콘텐트와 소통은 뭔가. 
“2016년 12월에 문 연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인데, 브랜드 론칭 이후 가장 뿌듯한 결실이기도 하다. 우리 브랜드의 색깔과 편집 방식을 표현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층에 제품을 두지 않은 것도 브랜드의 감성을 먼저 느껴보라는 의도다. 플래그십 매장에서는 매년 2개 메인 콜렉션에 맞춰 리뉴얼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전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작업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를 꼽는다면.  
“오는 6월 2019 봄·여름 컬렉션을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하반기 역시 입점 매장 파트너들과 팝업 이벤트는 물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서두르지 않고 고유의 페이스를 지켜왔다. 패션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 분야와 협업하며 다양한 창작 작업을 해보겠다는 초심도 그대로다. 우리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믿는다.” ●
 
2018 봄·여름 리조트 컬렉션. 수많은 콘텐트를 보여주고 공유하는 매개체로서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8 봄·여름 리조트 컬렉션. 수많은 콘텐트를 보여주고 공유하는 매개체로서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영감을 얻었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아더 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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