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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절 찾아가는 길, 나를 낮추러 가는 길

중앙선데이 2018.04.21 00:32 580호 32면 지면보기
사찰 순례

사찰 순례

사찰 순례
조보연 지음, 한숲
 
산속 절집으로 가는 길은 왜 구불구불 휘어져 있을까. 고등학교 1학년 때 사단법인 ‘룸비니’를 통해 불교와 연을 맺은 조보연(70)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장은 50여 년에 걸친 전국 사찰 참배의 체험에 비추어 설명한다. ‘부처님을 경배하기 전에 필요한 긴장과 이완의 건축적 장치’라고.
 
“부처님을 뵙기 위해서는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자기를 낮추고, 참회하여 그동안 지은 업을 조금이라도 닦아 낸 뒤에 만난 뵙는 것이 예의에 맞는다. 그래서 들어가는 길도 굽고, 돌아서 가도록 설계되어 있다.”(47쪽)
 
절은 도량인 동시에 한국의 미와 멋, 전통문화의 보물창고다. “10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건축이 있고, 조각이 있고, 회화가 있으며, 이들이 바위·나무·풀·흙과 어우러져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니 절 하나만 잘 뜯어봐도 느껍다. 사찰 순례는 절에서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11장에 걸쳐 꼼꼼하게 짚었기에 독서만으로 웬만한 전통사찰은 둘러본 셈이 된다.
 
지은이가 특히 정성을 다한 것이 사진 기록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절집의 진면목을 조곤조곤 담아냈다. 부산 범어사 천왕문과 불이문 사이의 길을 좋아했던 필자는 2010년 화재로 천왕문이 불탄 뒤 변해버린 이 길의 전과 후를 찍은 사진을 싣고 아쉬움을 달랜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범어사에 참배를 가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없게 됐지만 사진으로나마 그 감동을 대신 느껴 보시기 바란다.”(64쪽)
 
그는 “의사로서는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돌려주고, 불교 신자로서는 사찰 사진을 정리해서 책으로 회향(回向)하기로 했다”고 썼으니, 그 나눔이 도탑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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