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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유럽 누빈 장애인 부부 "사람에 감동했다"

중앙일보 2018.04.20 00:30 종합 19면 지면보기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거리 광대와 사진을 찍은 제삼열, 윤현희씨. [사진 윤현희]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거리 광대와 사진을 찍은 제삼열, 윤현희씨. [사진 윤현희]

1급 장애인 부부 단둘이 열흘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여행서 『낯선 여행, 떠날 자유』(꿈의지도)를 썼다. 중학교 국어교사인 남편 제삼열(32)씨는 눈이, 광고 관련 일을 하는 아내 윤현희(35)씨는 다리가 불편하다. 지팡이와 휠체어가 없으면 거동이 힘든 부부의 유럽 여행이라니. 그야말로 ‘생고생’일 줄 알았는데, 난생 처음 방문한 영국과 프랑스가 그렇게 편했단다. 지난 13일 부부를 만났다.
 
유럽 여행을 결심한 계기는?
제(삼열): 주로 기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목적지가 제한적이다. 국내여행에 슬슬 흥미를 잃어갔다. 2013년 결혼 후 해외여행을 꿈꿨는데 유럽 대중교통이 장애인이 다니기에 편하다는 얘기를 듣고 여행을 결심했다. 실제로 가보니 시스템보다 사람들의 친절과 배려가 감동적이었다.
 
여행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윤(현희): 대형 여행사와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알아봤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결국 항공·호텔·열차 모두 직접 예약했다. 현지에 전화를 걸어 짧은 영어로 전동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준비 기간 6개월이 빠듯했다. 여행 비용은 모두 700만원(2인)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장소는?
윤: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 좋았다. 루브르에서는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바로 앞에서 본 게 감격스러웠다. 장애인이 더 가까이 감상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제: 사소한 체험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현지인의 도움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골 카페를 찾아간 일 모두 뜻깊었다.
파리 에펠탑 인근 레스토랑 야외테이블에서 여유를 누리는 제삼열, 윤현희씨. [사진 윤현희]

파리 에펠탑 인근 레스토랑 야외테이블에서 여유를 누리는 제삼열, 윤현희씨. [사진 윤현희]

 
장애인에게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는?
윤: 울산 대나무숲과 포항 기청산 식물원은 휠체어 이동이 편하고 볼 것도 많아 추천하고 싶다. 해설 서비스가 제공되는 강릉 에디슨박물관도 인상적이었다.
제: 탁 트인 바다를 좋아한다. 부산 해운대처럼 백사장이 너무 넓은 곳보다 동해 묵호항, 강릉 안목해변처럼 기차역이 가깝고 아기자기한 해변을 추천한다.
 제삼열, 윤현희 부부가 장애인이 다니기 편한 여행지로 꼽은 울산 태화강 대나무 숲길. [중앙포토]

제삼열, 윤현희 부부가 장애인이 다니기 편한 여행지로 꼽은 울산 태화강 대나무 숲길. [중앙포토]

제삼열, 윤현희 부부가 인상적인 국내여행지로 꼽은 포항 기청산 식물원. [사진 기청산식물원]

제삼열, 윤현희 부부가 인상적인 국내여행지로 꼽은 포항 기청산 식물원. [사진 기청산식물원]

 
국내여행에서 어려운 점은?
윤: 화장실이 불편하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어도 창고로 쓰이기 일쑤다.
제: 장애인을 위한 여행정보가 많아도 현장에 가보면 다른 경우가 흔하다. 이를테면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가 장애인이 가기 좋다지만 거의 모든 카페에 문턱이 있어서 휠체어 진입이 어렵다. 여행정보 대부분이 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증 장애인이나 시각·청각 장애인도 고려했으면 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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