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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독주자인 그를 오케스트라가 원한다

중앙일보 2018.04.20 00:30 종합 23면 지면보기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인 조성호 씨가 16일 광화문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클라리넷 수석 연주자인 조성호 씨가 16일 광화문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연주자 오디션에 합격했다. 2016년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인 도쿄 필하모닉 수석 오디션에 붙었고 지난해 12월 종신직으로 선임됐다. 클라리넷 연주자 조성호(33·사진)는 오케스트라 복이 많다. 2015년 첫 오디션부터 합격했다. 도쿄필 수석은 20년 만에 나온 자리였다. 바순 최영진에 이어 도쿄필의 두 번째 한국인이고, 외국인 세 명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서울에서 만난 조성호는 “나는 독주자 체질”이라며 “독주나 오케스트라 협연을 하고 나면 희열을 느낀다”라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마치고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오케스트라 수업은 듣지 않았을 정도다.
 
“선생님이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권유해도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그는 독주자가 되려고 콩쿠르만 나갔다. 심지어는 협연에서 클라리넷의 화려함을 보여주려 그가 드물게 연주되는 곡을 고르는 바람에 악보를 자비로 사야 했던 적도 있다. “슈포어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오케스트라 측에서 악보가 없다고 해 내 돈으로 150만 원어치 악보를 샀다”는 것이다.
 
30세가 넘어 국제 콩쿠르의 나이 제한에 걸리자마자 오케스트라 시험을 봤고 잇따라 합격했다. 조성호는 “오디션에서도 독주자처럼 불었다. 내 색깔을 포용할 수 있다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일원으로 무대에 설 때도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에서 몇 안되는 클라리넷은 사실 모든 연주가 솔로나 다름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주자를 동경하던 그에게는 사실 오케스트라의 피가 흐른다. 외할아버지는 서울시향의 전신인 고려교향악단 바이올린 단원이었다. 초등학교 때 리코더를 불다가 클라리넷으로 옮겨간 그에게 칼 라이스터가 연주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CD를 사준 것도 할아버지였다. 그는 “그 음반을 몇번이고 들으면서 들을 때마다 울었다”고 했다. 독주 악기 클라리넷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꿈을 위해 22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를 연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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