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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평 모녀 여동생 “언니가 극약 먹여 조카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중앙일보 2018.04.19 10:39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충북 증평 모녀의 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최종권 기자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충북 증평 모녀의 집 앞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최종권 기자

 
숨진 지 수개월 만에 발견된 충북 증평의 정모(41·여)씨는 지난해 11월 말 딸(3)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녀 사망 사실 알고도 가방만 훔쳐 해외 도피
생활비 떨어지자 지난 1월 귀국 언니 차량팔아

 
충북 괴산경찰서는 사기 혐의 등으로 체포된 정씨의 여동생(36)을 조사한 결과 정씨가 지난해 11월27~28일께 자택에서 딸에게 극약을 먹여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19일 밝혔다. 정씨의 여동생은 경찰에서 “조카가 지난해 11월 27일 또는 28일 아파트에서 숨진 것을 확인했다”며 “당시 언니가 전화를 해서 ‘딸에게 약을 먹였다. 집에 와달라’고 해서 방에 갔더니 조카가 죽어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언니는 ‘너는 여기에 온 사실도 없고, 딸이 죽은 사실도 본 적이 없는 걸로 하자’고 말했다”며 “‘2시간 뒤에 경찰에 자수할테니 나와 1시간만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해 거실에 함께 앉아있다 무서워서 밖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여동생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해 12월 4일 언니 집을 다시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언니마저 숨진 것을 확인한 그는 언니의 통장과 인감도장, 신용카드가 든 가방을 통째로 들고 나와 3일 뒤 해외로 출국했다.
 
정씨 여동생은 “평소 언니 가방에 카드와 통장이 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언니 가방을 훔쳐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시신 수습을 위해 경찰 신고 등 외부에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무서웠다. 우선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못했다. 후회한다"고 진술했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정씨 여동생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지난 1월 2일 귀국해 언니 소유의 SUV 차량을 매각했다. 그는 당시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은 뒤 언니의 도장, 차량등록증 등 서류를 갖춰 중고차 매매상 A씨를 만나 1350만원을 받고 차량을 처분했다. 이날 매각대금을 인출한 뒤 이튿날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
괴산경찰서 전경

괴산경찰서 전경

 
이 차는 캐피탈 회사가 1200만원의 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차량 판매 이후에도 저당권이 해지되자 않자 A씨는 정씨와 그의 여동생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정씨 여동생은 해외에 머물다 지난 18일 오후 8시 4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조사 결과 숨진 정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심리적으로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정씨 여동생은 "형부가 죽고나서 언니가 상당히 힘들어 했다"며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극약이나 수면제 중독에 대해서도 물어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씨는 여동생은 언니에게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매각대금은 주로 해외 체류시 호텔비와 비행기 티켓 비용으로 썼다고 한다. 경찰은 정씨 여동생을 사문서위조, 사기 혐의로 처벌할 계획이다.
 
정씨 모녀는 지난 6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석달 째 아파트 관리비 등을 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남편이 떠난 뒤 혼자 딸을 키우기 어렵다”는 정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약물 중독에 의한 사망’이라는 소견과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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