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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전통시장 영수증 복권 추첨제 도입을

중앙일보 2018.04.19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안경애 광명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안경애 광명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직장 생활을 할 당시 무료한 휴일이면 전통시장을 찾았다.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에 덩달아 신이 났고 야채·생선·과일 등 신선한 먹거리로 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곳이 제2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힘은 들지만, 내 일이라는 보람을 찾을 수 있었고 노력한 만큼 벌 수 있었다. 반면 상인의 삶은 팍팍한 면도 있었다. 쉬는 날을 정하기 어렵고, 새벽 장을 다녀와서는 쪽잠을 자고 다시 장사해야 한다. 끼니를 대충 때워야 할 때가 있고,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있다.
 
요즘 들어 가장 힘든 일은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과 매출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매출액의 경우 2015년 기준 각각 48조 9000억원, 53조 9000억원으로 2002년 대비 2.76배, 8.98배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은 2002년 41조 5000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2015년 21조 10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대규모 유통업체와 온라인 기업들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시설 현대화, 주차환경 개선 등 시설 측면에서 전통시장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넉넉한 주차 공간을 마련한 시장이 늘어났다. 하지만 고객 할인행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벤트 등 고객 유인력이 우세한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전통시장이 상대하기는 아직 불가능에 가깝다.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의 문화가 있고 지역 상인들의 기술과 철학이 담겨있다. 또한 전통시장은 그곳의 물건이나 값싼 가격만으로 생존하지 않는다. 단지 물건만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국회 계류 중인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은 전국 전통시장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좋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이 될 것이다. 그중 하나인 전통시장 영수증 복권추첨제도는 2000년 초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저변확대에 기여한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복권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전통시장에서 결제한 영수증 승인번호를 추첨해 당첨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금영수증 발급 건수는 11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영수증 복권제도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해외의 경우 대만에서는 20년 넘게 영수증 복권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지금은 대만의 유명한 관광 상품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이고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라고 말했다. 지금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많은 고객이 전통시장을 찾도록 하는 일이다. 고객들이 시장으로 올 수 있는 꽃길을 마련해준다면, 우리 시장상인들은 그 고객들이 떠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혁신할 것이다.
 
안경애 광명시장 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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