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포스코가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한 데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 중소기업이 과도한 저가 입찰 경쟁에 나서면서 기업이 부실해지고 납품하는 제품 품질이 나빠지는 폐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정성이다. 포스코가 도입한 새 낙찰제에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가 혁신을 이룬 기업이 입찰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입찰 탈락 기준이 '제시된 입찰가 평균의 85% 미만'이다 보니 다른 기업이 높은 가격을 제시할수록 평균 가격이 올라 혁신 기업이 불이익을 얻게 된다. 중소기업으로선 '적당히 높은 입찰가를 불러야 하는데, 그 수준을 가늠하기 힘든' 새로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조선사용 철 자재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의 대표는 "무인 자동화 설비 도입 이후 작업 속도가 빨라져 제품값을 25% 낮출 수 있었다"며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입찰에서 배제하면 중소기업들은 혁신의 동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경쟁력 있는 협력사가 입찰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구매 품목의 제조 기술과 시장 변화 등을 면밀히 조사한 뒤 이를 기준가격 결정에 반영하고 있다"며 "일부 부작용은 있겠지만,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가 계속되는 건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싼값에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중소기업도 예외일 순 없다. 이를 위해 기업은 연구·개발을 하고 유능한 인재를 고용한다. '상생'이란 선의로 출발했지만 결국 혁신 기업이 입찰에서 배제된다면, 이를 '부작용' 정도로 취급해선 안 된다.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한 중소기업이 입찰에서 탈락한다면, 그 이유를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김도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