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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9단, 외국인 女기사 성폭행 의혹···바둑계 '미투'

중앙일보 2018.04.18 04:38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김성룡 9단 [사진 한국기원]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김성룡 9단 [사진 한국기원]

유명한 바둑 해설가인 김성룡(42) 9단이 성폭행 의혹에 휩싸였다. 김 9단의 사례를 포함, 바둑계에서 '미투(Me too)' 폭로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여자 프로기사 A씨는 17일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과거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요즘 '미투' 때문에 옛날 기억이 다시 돌아왔다. 어떻게든 잊으려고 했던 시간인데…. 역시 그럴 수 없다"며 글을 시작한 A씨는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다"라고 적었다.
 
또한 "일주일 뒤 김성룡이 술에 취해서 내가 사는 오피스텔 앞으로 찾아와 만나자고 했다. 몇 호인지도 물어봤다. 다행히 그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문을 잠갔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아침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A씨는 "외국인 여자기사로서 그동안 지내오면서 내가 얼마나 힘이 없는 존재인지 실감했다. (…)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방송, 감독, 기원 홍보이사 등등.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글을 보고 내 마음이 어땠는지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나의 아픈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었고, 누구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라며 글을 쓴 이유를 덧붙였다.
 
A씨는 '미투' 폭로 이후 기자에게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까지 아주 힘들었고, 지금도 많이 힘들다. 요즘 두세 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성룡 9단은 미투 폭로 이후 잠적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김 9단은 재치있는 바둑 해설로 바둑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현재 한국기원 홍보이사, 바둑도장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바둑계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인물이었던 만큼, 이번 폭로로 인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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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에서 미투가 시작된 건 지난 4일 한 여자 프로기사 B씨가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을 공개하면서부터다. B씨는 "과거 같은 도장에 있던 선배 프로기사인 서 모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다른 여자 학생들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장에 있는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것도 확인됐지만, 도장 측이 쉬쉬해서 그대로 넘어갔다"고 적었다. 서 씨는 '미투' 폭로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현재 바둑계에선 SNS, 댓글 등 다양한 형식으로 크고 작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B씨는 '미투' 폭로 이후 기자를 만나 "과거부터 바둑을 배우는 여학생들이 도장에서 성추행 등 피해를 받는 일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조치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다. 잘못된 일은 이번 기회에 꼭 바로잡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렵게 미투 글을 쓰게 됐다. 다시는 바둑계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원은 이번 '미투'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17일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2차 피해의 최소화에도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손근기 프로기사회장은 "최근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성 관련 교육 시스템 강화 등을 포함한 '바둑인 자성 결의 대회'를 빠른 시기 내에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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