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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권마다 바꾸는 대입제도, 또 누더기 만드나

중앙일보 2018.04.18 02:16 종합 29면 지면보기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100가지가 넘는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16일 바통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학생·학부모·교사들의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번 대학입시 이송안 중에서 8월까지 반드시 결정해야 하는 핵심 내용은 수능 평가 방법, 선발 방법, 선발 시기로 요약된다. 첫째, 교육부는 수능 평가 방법으로 절대평가 전환, 상대평가 유지, 수능 원점수제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3안으로 제시한 수능 원점수제는 채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수능 과목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2안으로 압축할 수 있다.
 
둘째, 선발 방법은 수능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간의 적정 비율이 논의 대상이다. 2015학년도에 학종 16.1%, 수능 전형 31.6%이던 것이 2019학년도에는 학종 24.4%, 수능 전형 20.7%로 두 전형 간 비중이 역전됐다. 특히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의 경우에는 학종 비율이 40%를 넘어 최대 60%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교육부는 문제로 보고 있다.
 
셋째, 교육부는 선발 시기가 현재 수시와 정시로 나뉘어 있어 복잡하다고 본다. 교육부는 수시 준비로 인한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의 파행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전형 기간을 줄이고 전형요소를 단순화·정량화하고, 수시에도 수능 성적을 사용해 변별력과 공정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시론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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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국가교육회의는 수능 절대평가 과목 설정, 학종 비율 축소, 선발 시기 통합을 중심으로 공론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가 4개월 이란 짧은 시간 안에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또한 한국에서 특히 강조되는 하급 학교에 대한 사회적 책무, 대학의 자율성과 학생의 선택권 보장, 사교육 유발 요소의 최소화도 구체적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형요소별 다양한 의견수렴 결과로 만들어질 종합방안이 시간에 쫓겨 미래지향성과 철학이 없는 임시방편적인 ‘괴물’로 귀결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가치임에도 현재 논의의 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제도적 안정성이다. 현재 고교 1, 2, 3학년이 모두 다른 방식의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는 중3이 대상인 2022학년도 대학입시를 바꾸는 논의를 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8월에 발표할 새로운 대학입시 방안마저도 몇 학년도까지 적용될 것인지를 예상하기 어렵다. 대학입시 환경이 변하면 다시 원점부터 논의해야 할 상황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1년짜리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중2 이하 학생들은 여전히 대입 제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대학입시제도의 변천사를 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12명의 대통령이 바뀌는 사이에 대학입시는 14차례나 큰 변화를 거쳤다. 거의 매년 수정되다 보니 누더기가 됐다. 이번에 다시 역대 최대 규모의 변화에 직면했다. 안정적인 제도에 따라 운영해야 할 대학입시를 정치적으로 다뤄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제6항에 교육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다.
 
하지만 고등교육법에서는 입학전형에 관한 기본 사항인 ‘대학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시행 2년 6개월 전에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 사실상 백지 위임해 둔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이 교체될 때마다 대입제도를 바꾸려고 시도해 온 것은 ‘교육 적폐’다. 정책 결정 과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매우 낭비적이고, 대학입시제도 변경으로 발생하는 학생·학부모·교원들의 불안·불신·분노는 비용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국회를 중심으로 대입제도 법제화 논의를 시작해 대입제도의 기본 철학, 방향, 적정한 전형방법을 법률로 정하고 정부의 정책적 변경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수시로 바뀌는 여론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편향에 따라 갈지자로 횡보하는 대입제도 변경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국민의 교육제도 불신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타 역할을 할 미래지향적 대학입학 전형 방식을 찾는 노력과 함께 안정적인 대입제도 법제화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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