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모인 시청각장애인들이 촉수화 등을 이용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자조모임 식으로 모이는 이 시간이 사실상 유일한 소통의 기회다. 최승식 기자
"이거 써보니 좋아요. 한 번 써보시죠."(김용재(48)씨)
"저는 제대로 된 게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김모(49ㆍ여)씨)
시각·청각 모두 잃어 가장 심각한 장애
유일 소통법, 촉각 활용 '무언의 대화'
공식 통계도 없어, 특화된 지원 전무
빈곤에 글도 몰라…"관심 가져주세요"

시청각장애인 이철성씨(왼쪽)와 촉수화 통역 자원봉사자인 최인옥씨가 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승식 기자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에도 시청각장애인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중의 사각지대다.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바깥 활동도 어려워서 가장 심각한 장애로 꼽힌다. 헬렌 켈러(1880~1968)가 대표적인 시청각장애인이다. 한국에서는 헬렌 켈러는 잘 알지만, 시청각장애인은 거의 모른다.
![입(말) 대신 손(촉수화)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청각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03/188e4477-d691-4e43-a720-e98635121687.jpg)
입(말) 대신 손(촉수화)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청각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헬렌 켈러(왼쪽)와 스승인 앤 설리반.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03/a30c3e4d-6276-404e-8095-66a9d4a1d236.jpg)
헬렌 켈러(왼쪽)와 스승인 앤 설리반. [중앙포토]
"사람들이 헬렌 켈러는 아는데 우리 이웃에 헬렌 켈러가 있는지는 모르는 거 같아요. 우리가 헬렌 켈러처럼 성장할 수 있는지는 주변에서 설리반처럼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달렸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장애의 종류에는 시각·청각·지체 등 15가지가 있다. 시청각 장애인은 없다. 이 법뿐만 아니라 정부 제도 어디에도 없다. 편의상 시청각장애인, 시청각중복장애인, 맹농인, 농맹인 등으로 불린다. 협회도 없어서 권익을 대변할 데가 없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들은 다른 장애인보다 더 심한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다. 김모 씨의 활동보조인 송모 씨는 "김씨가 상점 물건을 만져보면서 고르는데 점원이 '가라'고 짜증을 낼 때가 많다. 헬스장에서는 ‘장애인이 운동해서 뭐 할 거냐’ 식의 비하가 이어진다"고 털어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들의 상당수는 집이나 장애인시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문자도 모른다.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장애인 시설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어렸을 때 버려진 뒤로 글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식의 의사 표현이 다 '바디 랭귀지' 수준이다"면서 "시설에 머무르는 시청각장애인이 아무래도 집에 있는 경우보다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시청각장애인이 서로 점자를 가르쳐주고 배우는 모습.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5/03/7ebc9431-432d-4830-97b5-61bea4486c10.jpg)
시청각장애인이 서로 점자를 가르쳐주고 배우는 모습.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서 부연구위원은 "시청각장애인에게 절실한 의사소통ㆍ이동 지원 서비스가 우선 지원돼야 한다. 특히 선천적 장애를 지닌 아이들부터라도 제대로 된 촉수화ㆍ점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시청각장애인의 유일한 대화법 '촉수화'

촉수화를 하는 모습. 최승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