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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의 심식당]와인매니아의 깐깐한 입맛 사로잡은 숯불구이 스테이크집

중앙일보 2018.04.18 00:01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 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여행작가 나보영씨가 추천한 차콜바 ‘페페로니’입니다.
차콜바 '페페로니'의 대표 메뉴는 비장탄으로 굽는 숯불 요리다.

차콜바 '페페로니'의 대표 메뉴는 비장탄으로 굽는 숯불 요리다.

 

[송정의 심(心)식당]
여행작가 나보영씨 추천 차콜바 ‘페페로니’

“스테이크에 깐깐한 내 입맛을 만족시키는 맛집”
여행작가 나보영씨. [사진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씨. [사진 나보영]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나 작가는 1년 중 절반 이상을 유럽·북미·남미·오세아니아·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글을 쓴다. 와인 생산지에 대해 쓴 여행기는 신문에 연재도 한다. 미식의 절정인 와인 전문가인 동시에 잡지 기자 시절부터 음식을 담당한 만큼 스테이크 굽기에도 예민하다. 그렇게 입맛이 누구보다 깐깐한 그가 마음속 최고의 식당으로 꼽은 곳은 ‘페페로니’다. 
나 작가는 “2011년 합정역 골목에 있을 때부터 여행·와인 업계 동료들과 즐겨 찾던 아지트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 멤버 중 한 명인 윤준상 셰프가 적을 옮길 때마다 함께 아지트도 옮겼다고 한다. 윤 셰프가 레스토랑을 닫았다 2017년 12월 ‘차콜바’ 컨셉트로 다시 페페로니를 열었을 때 누구보다 반가웠다는 나 작가는 “차콜(숯불)에 알맞게 구운 육류·해물·채소를 여러 종류의 와인과 매칭해서 먹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와인 애호가의 까다로운 입맛 사로잡은 비결
합정역 인근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페페로니' 입구.

합정역 인근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페페로니' 입구.

합정역 8번 출구에서 망원역 방향에 위치한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아파트. 이 주상복합 아파트 1층에 페페로니가 있다. 1층이라고는 하지만 에스컬레이터 뒤쪽에 자리하고 있어 숨은 아지트처럼 느껴진다. 숯불 요리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차콜바 컨셉트를 내세운 만큼 숯불 연기 가득한 매장을 생각하며 실내로 들어섰는데 전혀 반대였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여느 와인바와 다르지 않았다. 윤준상·강정은 셰프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프렌치 요리학교를 졸업한 윤 셰프와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강 셰프는 2011년 윤 셰프가 합정동 골목에서 페페로니를 운영할 때 사장과 직원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페페로니는 오픈 직후부터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손님 각자에게 맞는 요리’를 해주는 일종의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윤 셰프는 “손님이 다른 곳에서 와인과 어떤 요리를 먹었는데 좋았다며 와인을 들고 오면 최대한 비슷한 요리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요리를 하면 할수록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에 대한 궁금증은 커졌다. 다만 소믈리에는 와인의 빈티지·산지·생산자부터 공부한다면 윤 셰프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 생각이 먼저였다. 손님이 가져온 와인이 고기가 어울릴 것 같으면 동네 정육점으로 뛰어가 질 좋은 소고기를 사다 요리하는 식이었다. 윤 셰프는 “좋은 음식일수록 술과 떼놓을 수 없는 만큼 요리와 와인을 세심하게 페어링 하니까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페페로니의 인기 메뉴인 숯불로 구운 '한우 채끝' 스테이크.

페페로니의 인기 메뉴인 숯불로 구운 '한우 채끝' 스테이크.

하지만 2011년 문을 연 페페로니는 3년 만인 2014년 문을 닫았다. 합정동 골목 상권이 커지면서 임대료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상권과는 거리가 있는 외진 부암동에 동료 셰프와 함께 와인이 있는 레스토랑을 새로 열었다. 그러다 외식업체의 러브콜을 받고 아내 강 셰프와 함께 해당 업체의 메뉴 컨설팅과 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부부는 ‘더 늦기 전에 우리만의 요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셰프로서의 고향과도 같은 합정동으로 돌아와 다시 페페로니라는 이름으로 식당을 열었다.   
 
숯불로 구워 식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
식당 한쪽에 그릴 전용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서 비장탄으로 숯불 요리를 만든다.

식당 한쪽에 그릴 전용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서 비장탄으로 숯불 요리를 만든다.

페페로니의 대표 메뉴는 비장탄을 이용한 숯불 요리다. 윤 셰프는 “숯불 요리는 가장 원초적인 조리법으로 식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에 연기가 감칠맛을 더해 육류든 해물이든 뭐든 다 맛있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타지 않게, 식재료 맛을 잘 끌어내는 숙련도는 필수다. 실내에서 숯불을 이용해 요리하지만, 매장엔 연기는커녕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주방 안쪽에 그릴 공간이 별도로 있는데 투명 요리로 돼 있어 안이 훤히 보이지만 냄새는 새어 나오지 않는다.
해남 배추로 만든 우거지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인 '우거지 파스타'.

해남 배추로 만든 우거지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인 '우거지 파스타'.

차콜 요리 외에도 과거 페페로니 시절부터 인기였던 우거지 파스타도 맛볼 수 있다. 경남 사천에서 해장국 식당을 하는 어머니가 직접 해남 배추로 만든 우거지를 사용한다. 윤 셰프는 “우거지 특유의 꼬들꼬들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오래된 빈티지 와인과 잘 어울린다”고 했다.
페페로니 내부는 ㄷ자 형태의 바로 구성돼 있다. 요리하는 셰프와 대화를 나누며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페페로니 내부는 ㄷ자 형태의 바로 구성돼 있다. 요리하는 셰프와 대화를 나누며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받을 수 있다.

매장엔 2·4인용 테이블 없이 ㄷ자 형태의 메인 바와 창가 쪽 바만 있다. 카운터 안엔 조리대가 있어 셰프가 요리하고 와인을 디캔팅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두 셰프는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원하는 음식이나 와인을 추천해준다. 윤 셰프는 “테이블을 놓으면 서비스를 담당하는 인력이 따로 필요한데 우리 부부의 요리에 대해 우리만큼 잘 알고 설명해줄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손님과 일대일로 대화하고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호흡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페페로니에는 요즘 유행인 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의 와인이 준비돼 있다.

페페로니에는 요즘 유행인 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의 와인이 준비돼 있다.

페페로니의 또 다른 장점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단품 메뉴 대부분 1만원 중반에서 2만원 정도다. 숯불 요리인 한우 채끝과 청정 호주 양갈비는 1만9000원, 이베리코 목살 구이는 1만5000원이다. 든든한 식사 메뉴인 우거지 파스타도 1만5000원이다. 와인은 1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 와인 반입도 가능하며 콜키지는 2만원(1병 기준)이다.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며 일요일은 쉰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동영상=전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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