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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동네북' 된 삼성폰

중앙일보 2018.04.17 17:00
삼성 스마트폰이 중국 시장에서 굴욕을 벗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1% 밑으로 추락했다. 
 
점유율 0.8%. 12위. 이런 수치보다 더 암울한 것은 지난 1~2년간 바닥으로 내리 꽂히고 있는 추세다. 한번 하락 추세가 잡히면 길고 긴 흑역사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삼성 휴대폰 특히 스마트폰은 한국 제조업의 자존심이었다. 1992년 애니콜을 앞세워 중국 휴대폰 시장에 진출한 삼성폰은 한때 20~30% 점유율을 기록하며 브랜드 파워를 누렸다.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운 삼성폰은 2011년 이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며 쾌속 순항했지만 8년 만에 점유율 1%를 밑도는 신세가 됐다.
발마사지 여직원의 로망 갤럭시
2012년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한 인사에게 들었던 에피소드다. 발맛사지 샵에서 하루 12시간 노동으로 3000~4000 위안 정도 벌던 귀주성 어느 여직원의 얘기다. 때에 찌들어 군데군데 누렇게 변한 가운을 입고 있던 이 직원이 시간을 확인하느라 스마트폰을 꺼내더란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눈길이 가 물었더니 삼성 갤럭시 폰이었다고 한다.
 
당시 갤럭시폰은 이 직원의 월급을 다 털어야 살 수 있는 고가 사치품에 들었다. 분수에 안맞을 정도 큰 소비였기에 의아해서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상상 밖이었다고 한다.   
“손가락 펼 힘도 없이 지칠 때도 이 핸드폰을 켜면 거짓말처럼 피로가 씻어진다. 힘든지 모르겠다. 이렇게 살아도 갤럭시폰이 내 소유라는 게 어쩔 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고 위로가 된다.”  
이랬던 삼성폰이 요즘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동네북’이 됐다.  

 
2016년 기준 6억명이 가입한 뉴스어플 투데이헤드라인(今日頭條)에 올라온 반응들을 보자.  ‘질문과 응답’ 판에 걸린 반응들이다. 질문부터 삼성 제품에 대한 난타 시리즈다.   
- 왜 다들 삼성폰은 안사나요  
- 중국시장에서 삼성폰 여전히 약진할 수 있을까요  
- 1분기에 60%나 급락했다는데 정말이예요? 
- 갈수록 삼성폰 들고다니는 사람들 없던데요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전문적 답변은 ①중국폰의 대약진으로 인한 경쟁 격화②노트7 폭발 사건 때 예외적 돌발 사건으로 치부하는 등 대처 미숙③시장 수요 변화에 둔감 등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반응들은 좀더 구체적이다.    
“노트7 폭발 사건 때 삼성은 쉬쉬하며 사적으로 처리했다. 문제가 생기면 밧데리상이나 소비자에게 문제를 돌렸다. 이런 처사에 삼성폰의 팬들까지도 등을 돌렸다. ”
“4년 전만 해도 삼성폰을 쓰면 애플폰 못지 않게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노블한 이미지는 없다. 중국폰도 쓸만하다.”
“중가 시장을 노려 내놓은 갤럭시 C9을 예로 들자면 가격 설정이 참 애매했다. 가성비가 뚜렷하게 와닿지 않았다.”
화웨이는 2017년 10월 20일 중국에서 인공지능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을 출시했다. 이 제품 출고가는 우리 돈 약 80만원 수준이다. [사진 중앙포토]

화웨이는 2017년 10월 20일 중국에서 인공지능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을 출시했다. 이 제품 출고가는 우리 돈 약 80만원 수준이다. [사진 중앙포토]

요약하자면 차이나폰이 가격에 비해 쓸만해졌고 디자인도 그렇게 빠지지 않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폰은 압도적인 품질도 아니면서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노트7 폭발 때 인심을 적잖이 잃은 모양이다. 이런 요인들이 화학결합돼 이미지 추락과 점유율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다.

삼성은 올해 1분기에 15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조8000억 원보다 58%나 늘어난 수치다.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전분기의 15조1000여억 원에 비해서도 3% 증가하면서 신기록을 다시 썼을 정도다. 매출은 6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대비 18.7%나 늘어난 규모다. 
 
막 출시한 갤럭시S9과 갤럭시S9 플러스는 미국 소비자 평가에서 가장 뛰어난 스마트폰으로 꼽혔다. 미국의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최신 스마트폰을 평가한 결과 갤럭시S9과 갤럭시S9 플러스가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8이 3위에 올랐고 갤럭시S8 액티브와 갤럭시S8 플러스가 4, 5위를 차지하며 상위 5개 제품을 모두 휩쓸었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갤럭시 S9', '갤럭시 S9 ' 출시행사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기기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16일 세계 출시일에 맞춰 인도에서도 이들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가격은 갤럭시 S9 64GB가 5만7천900루피(95만원), 갤럭시 S9 256GB가 7만2천900루피(119만6천원)로 각각 책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6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갤럭시 S9', '갤럭시 S9 ' 출시행사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기기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 법인은 16일 세계 출시일에 맞춰 인도에서도 이들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가격은 갤럭시 S9 64GB가 5만7천900루피(95만원), 갤럭시 S9 256GB가 7만2천900루피(119만6천원)로 각각 책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 성적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중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애플폰을 6~8위로 밀어내고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삼성폰의 실적을 보면 볼수록 몰락에 가까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적표는 의아하다.  
 
유독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 스마트폰 현상은 의미심장한 케이스 스터디 사례다. 다른 나라라고 애플폰의 위세나 차이나폰의 벌떼 공격이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우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국수주의적으로 돌변해 삼성 제품을 집중적으로 배척했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삼성 갤럭시는 중국 시장에서 통하는 일등 브랜드였기에 본보기로 더 압박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뉴스어플에 올라온 응답들이나 댓글을 보면 이런 기류가 제법 많다.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고 합리적 의심을 해볼 만한 수준이다.  

지난해 봄 중국 광저우 공항 탑승장 입구에 걸렸던 '노트7 휴대 제한' 표시. [사진 차이나랩]

지난해 봄 중국 광저우 공항 탑승장 입구에 걸렸던 '노트7 휴대 제한' 표시. [사진 차이나랩]

 
또 다른 요인은 노트7 폭발 사고 때 리스크 관리를 죽기살기로 하지 않은 결과 후폭풍을 제대로 맞은 측면도 있다. 뉴스어플에 올라온 반응들을 보면 사실 여부를 떠나 삼성이 중국 소비자를 무시했다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중국 소비자의 국수주의적 반발과 삼성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점유율 1% 미만의 초라한 성적표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디지털 용품을 소비하는 20~30대 주력 소비층이 전세대에 비해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격지심을 별로 느끼지 않고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를 중시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90년 이후 초고속 성장과 민족주의 교육의 세례를 듬뿍 받고 자란 세대 답게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9월 외교부의 의뢰로 조사해 작성한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에 93.4%가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이 상승하면서 강화된 민족 정체성이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자국 브랜드이건 해외 브랜드이건 브랜드 파워가 구매 결정의 최우선 순위에 서 밀렸고 주력 소비층이 가성비에 눈 뜨면서 중간 가격의 실속 폰들이 약진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판정이 삼성이 받아든 성적표다.  
 
삼성폰은 디자인과 기술력에서 차이나폰과 압도적 격차를 벌리지 못한 채 고급 브랜드 이미지에 기대 근근이 버텨왔다. 이제 저변의 도도한 흐름이 삼성폰을 변방으로 밀어내고 있는 현실이다. 활로는 결국 소비 패턴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소비 성향을 무시할 수 없으니 가격만 앞세워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ㆍ품질을 포기할 수 없다. 하나라도 방심하다간 그 허점을 파고 들 차이나폰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돌파구는 있다. 
 
가격대를 더 세분화시키고 그 가격에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해 중국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수 밖에 없다.  
  
1위의 수직 추락은 뉴스를 낳는다. 탁월한 호기심 자극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삼성폰의 급작스런 퇴조의 배경을 놓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여전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폰이 그 정도 대접을 받을 정도는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나 시장은 냉혹하다. 이미지가 추락한 상품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 다닐 소비자는 없다. 삼성폰도 자칫 LG폰처럼 차이나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는 위기 국면이다.  
반전은 일어날까.
어쨌거나 브랜드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 자존심이다. 가성비를 만족시킬 제품 포트폴리오, 저걸 가져야 뭔가 있어 보인다는 노블 이미지, 90년대 출생 이후 세대를 겨냥한 맵시 있는 디자인…. 삼성폰의 반전을 기대해본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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