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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 님비와 임비

중앙일보 2018.04.17 02:57 종합 30면 지면보기
심재우 뉴욕특파원

심재우 뉴욕특파원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값싼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동네 집값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이다.
 
‘내 뒷마당에는 안 돼’로 해석되는 님비는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에서 특정 시설의 유입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나타난다. 선진국에서도 님비는 흔한 편이다.
 
뉴욕 맨해튼 북쪽에 위치한 브롱스 이스트 141가 지역은 전형적인 빈촌으로 분류된다. 지역 주민들이 슬럼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시 당국은 이곳에 노숙자 쉼터와 마약중독 치료소, 하수처리장을 잇따라 만들었다. 그러다 최근에는 감옥까지 짓겠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발끈하고 나섰다. 뉴욕시는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시설을 한 군데 몰아넣겠다는 계산이지만 주민들은 “이 동네를 쓰레기 처리장으로 아느냐”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허드슨강을 가운데 두고 뉴욕시 반대편에 위치한 레오니아시는 출퇴근 시간대 진입하는 외부 차량에 20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키로 했다. 레오니아로 우회하는 차량으로 길이 막히자 주민들이 님비적 발상으로 시에 청원한 결과다. 그러자 이 일대 상인들이 반대시위를 벌였다. 과태료 시간대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아예 외부인의 출입이 뜸해지면서 이 일대 상권이 식어버린 것이다.
 
님비와 대비되는 현상도 있다. 요즘 들어 ‘임비(YIMBY·Yes In My Backyard)’ 운동이 뉴스에 자주 오르고 있다. 시애틀의 노스웨스트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노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벌써 7번째 쉼터다. 이 동네 주민인 켈리 패너넨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이 시설로 인해 쓰레기가 쌓이고 범죄가 생길 수 있겠죠. 뿌린 대로 거둔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이 도움 받고 있고 공동체의 일부라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임비 운동은 원래 뉴욕과 보스턴·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 집값이 터무니없이 오른 지역에서 시작됐다. 값비싼 렌트비에 허덕이며 두 시간 이상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젊은 직장인과 저소득층, 소수인종이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주택을 지어주는 운동이다.
 
지금은 각 주에서 임비단체들이 공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개발회사와 소형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님비가 집값을 올리고 싶은 쪽이라면 임비는 주택 공급을 늘리고 집값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해 경제적 혜택을 나눠 갖는 상생의 한 갈래다.
 
임비 운동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 오히려 집값이 오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니 원주민에게는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와 같은 셈이다.
 
심재우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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