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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오늘의 논점 - 제주 4·3사건 70주기

중앙일보 2018.04.17 01:02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8년 4월 4일 30면>
70주기 4·3사건, 이제 국민 통합의 출발점 돼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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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 희생자 70주년 추념식에서다. 대통령은 또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70년 세월이 흘렀지만 4·3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의미 있는 다짐이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가운데 하나인 제주 4·3은 군경에 의한 대량 양민 학살이란 뼈아픈 과오를 남긴 사건이다. 대규모 진압 과정에서 당시 제주 인구의 10%가량인 3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래서 진보 진영은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토벌에 주목해 ‘항쟁’이나 ‘학살’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성격 규정 자체가 다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한 좌익분자들의 폭동’에 무게 중심이 있다. 일부 극우단체들은 국가기념일 지정에 대해 ‘남로당의 무장봉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어제 ‘남로당 좌익 폭동에 희생된 제주 양민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라고 주장했다.
 
4·3 추념식엔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이후 두 번의 보수 정권에선 현직 대통령이 방문하지 않았다. 분열과 불신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70주년을 맞은 4·3이 더 이상 진보와 보수 간 이념 대결의 대상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이젠 치유와 화해를 통해 국민 통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서로 손을 내밀고 보듬어 안아야 한다.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에 이어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된 과거사를 놓고 언제까지나 이념의 틀에 갇혀 삿대질만 계속하는 건 통합 시대에 역행하는 퇴행일 뿐이다.
 
한겨레 <2018년 4월 4일 27면>
“4·3 완전한 해결” 천명한 문 대통령의 단호한 과거사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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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70년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12년 만이다. 2014년 국가추념일로 지정됐지만 그늘에 묻힌 부분이 적잖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해 명확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4·3은 새 전기를 맞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70년 전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3 진실을 기억하고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예술인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했다. 무장세력 수백명을 이유로 당시 제주 인구의 10%가 희생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국가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못박았다.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유해 발굴, 배상·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뒤를 이은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시절인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됐고, 2003년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55년 만에 4·3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후 보수 정권 9년간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한 차례도 없었고 명예회복도 진전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4·3 추념식을 두고 “좌익 폭동에 희생된 양민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라고 말했다. 4·3이 이념 문제가 아니라 무자비한 국가폭력의 문제라는 점은 상식에 속한다. 제1야당 대표가 시대착오적 색깔론을 되풀이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문 대통령은 5·18, 4·3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정권교체 이후 첫 5·18 기념식에 참석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약속했다. 이번에 4·3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진일보한 태도를 보였다. ‘촛불 정권’의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5·18과 4·3 등 아픈 과거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는 시효가 없다. 늦었더라도 잘못됐다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4·3 70년을 맞아 제주에도 ‘온전한 봄’이 오길 기대한다.
 
논리 vs 논리 
“현재진행형 갈등 봉합해야” vs “진상 밝히고 책임 물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위패봉안실을 찾아 잔을 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만이다. [제주=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위패봉안실을 찾아 잔을 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2년만이다. [제주=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3 사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중앙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뒤 “70년 세월이 흘렀지만 4·3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다짐”이라고 정부의 노력을 높이 산다. 한겨레도 똑같은 발언을 인용하며 “촛불정권의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으로 “5·18과 4·3 등 아픈 과거 역사를 바로 잡는 일에는 시효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4·3 사건을 어떻게 ‘완전하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시대착오적 색깔론”이라고 비판한다. 홍 대표는 4·3 추념식을 “좌익 폭동에 희생된 양민의 넋을 기리기 위한 행사”라고 규정하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제주 양민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좌익 무장 폭동이 개시된 날이 4월 3일”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한겨레는 4·3의 본질은 “무장세력 수 백 명을 이유로 당시 제주 인구의 10%가 희생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국가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4·3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정부군에 맞선 무장 세력은 500명 규모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민간인 희생자는 최소 1만 4232명에서 많게는 3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4·3 사건의 성격이 어떻건 간에, 국가가 자국민을 학살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한겨레는 “늦었더라도 잘못됐다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반면 중앙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보다는 국민 통합과 화해에 방점을 둔다. 중앙은 4·3 사건의 성격을 놓고 “진보 진영은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토벌에 주목해 ‘항쟁’이나 ‘학살’로 부르”며, 보수 진영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한 좌익분자들의 폭동”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렇듯 4·3 사건의 본질은 간단치 않다.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5·10 단독선거 반대’를 앞세우며 무장봉기를 일으켜 도내 경찰지서 가운데 12곳과 우익단체 사무실을 공격한 사실만 보자면 “좌익분자들의 폭동”이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사태의 시발점은 이 보다 앞선 1948년 3월 1일, “제 28주년 3·1절 기념일”에 일어났던 민간인에 대한 경찰의 무자비한 발포에 있었다. 더 앞서서는 해방 이후 미군정의 실정(失政)과 우익단체들의 폭력도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듯 4·3 사건이 일어난 데는 여러 사안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앞서 중앙이 “4·3을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적시한 이유다.
 
그러나 중앙은 “70주년을 맞은 4·3 사건이 더 이상 진보와 보수간 이념 대결의 대상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보다 “치유와 화해를 통한 국민 통합”에 무게 중심을 두는 모양새다. 2012년 박근혜 전대통령도 후보 경선 시절 제주도를 방문하여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 바 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취임식에 제주 4·3평화재단 이사장을 초청하여 “국민 대통합의 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4·3 사건의 본질이 어떻건, 있어서는 안 될 국가 폭력이었다는 점에서는 보수 정권과 진보 진영 모두가 인정한 셈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이미 제주도민 사이에서는 4·3 사건 희생자 사이에 화해와 용서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문 대통령 추념사에도 나오듯, 제주 하귀리에는 호국영령비와 4·3희생자 위령비를 한 자리에 모아 위령단이 만들어졌다. 2013년에는 민간인피해자와 군경피해자를 대표하는 모임인 4·3 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조건 없는 화해”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4·3의 완전한 해결”위해 갈 길은 아직도 멀다. 4·3특별법안 처리와 책임자 규명 등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흘러갈지 우려되는 이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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