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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매년 3000명 어떻게 뽑나 ”… 정부 조선업 정책에 쓴소리

중앙일보 2018.04.17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국내 빅3 조선사가 매년 3000명씩 채용토록 하는 정부 방침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권오갑(사진)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부회장은 16일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제시한 고용 목표치에 대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 해외영업부에 입사해 올해로 40년째 현업에서 뛰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의 ‘베테랑’이다. 지난해 4월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의 전신)의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 대표직을 사임하고 지주사 경영에 전념키로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지주는 여전히 현대중공업 지분 27.8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조선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우선 정부가 민간 기업의 인력 운용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5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000명의 채용 목표를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된 ‘조선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앞으로 업황이 호전돼 조선사들의 일감 수주가 늘면 일자리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부터 지난 2016년까지 희망퇴직으로 3500여명을 감원했고, 올해에도 이달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가동이 중단된 군산조선소도 3~4년 내 다시 가동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권 부회장은 “기업마다 사정이 모두 다른 데도 정부가 획일적으로 매년 3000명씩 채용을 늘리라는 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 원리에 반해 부실 조선사에 정부가 산업은행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 부회장은 “중국·일본이 대형 조선소를 단일화하고 있는 데다, 조선업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이 부실 조선사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며 “기업의 생존 여부는 시장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미래 생존 전략에 대해서는 “중국 조선사는 생산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특히 강조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벌크선(비포장 화물 운반선)·컨테이너 운반선 등은 이미 중국이 국내 기술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이들 선박을 한국산 못지않게 잘 만들면서도 한 척당 대략 1000만 달러(107억원) 이상 싸게 내놓고 있는 실정이란 것이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특수선 기술을 고도화해야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2022년까지 70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신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중공업 등 조선 계열사들과 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 등 그룹사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37조원인데 4년 만에 이를 두 배로 키울 신사업을 다음 달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그동안 태양광·풍력 등 선배들이 추진했던 중후장대한 신사업들은 실패하고 말았다”며 “경기도 판교에 5000~7000여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일하는 R&D 센터를 세우고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신사업 구상을 다음 달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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