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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권고부터 버젓이 수업까지…'미투'이후, 학교별 대처 제각각

중앙일보 2018.04.15 18:56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 '미투'운동이 새 학기 대학 캠퍼스를 달군 가운데, '미투'이후 학교별 대처는 제각각이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처리 속도 등이 다르기도 했지만, 학칙이나 위원회 같은 시스템과 학교의 의지에 따라 대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서울대, 연세대는 해당 교수 처리에 속도를 못내고 있고, 성신여대, 국민대는 재학생 피해자가 실명을 공개하고 나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세대에서는 문과대학 A교수가 여학생들을 강의실 앞으로 나오게 한 뒤 남학생들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선택해 조모임을 구성하게 하고, 학생들을 성희롱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2월 대학 윤리위원회가 열린 뒤 A교수는 학부 수업에서 배제됐지만, 여전히 대학원에서 윤리학 수업을 맡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사건 발생 전 대학원 강의 일정을 잡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2017년 3월 사회학과 H교수의 성희롱과 갑질이 서울대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인권센터는 조사를 거쳐 지난해 6월 교수에 대한 정직 3개월 처분을 권고했지만 본부 측은 8개월째 징계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신재용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일단 외부 감사가 끝나야 한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학교가 징계절차를 보완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더라"고 말했다.  
 
성신여대는 지난달 3일부터 27일까지 대자보와 SNS를 통해 제보가 이어졌지만, 해당 교수는 학생들을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했다. 학교는 4월 초 성윤리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에 나섰으나 "피해 학생이 나타나지 않고 교수는 무죄를 주장해 익명의 제보 글만 보고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폭로된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 J교수 사건에 대해 졸업생 피해자 측은 "학교는 재학생 전수조사만을 기다리며 실명의 피해자가 나타나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더라"고 전했다.     
 
지난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반면,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에 신속하게 나선 학교들도 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지난달 1일 교내 비공개카페에 자유융합대학 소속 C교수가 외진 곳에서 키스를 시도, 몸을 만지고 택시비를 줬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5일 상담센터 등이 진상 조사에 나섰고, 혐의가 밝혀지자 9일 해당 교수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화여대에선 지난달 20일 미투 가해자로 지목받은 조소과 D교수가 열흘 뒤인 30일 성희롱심의위원회에서 파면 권고됐다. 현재 징계위원회의 심사만을 앞두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4년 동안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국립대 교수는 35명이었다. 이중 파면이나 해임으로 교수직을 상실한 교수는 11명에 그쳐, 전체 성범죄 교수의 3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칙 등 학교의 시스템이 대응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입을 모았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부적 사실관계를 고려해야 하지만 학교별 성범죄 조사와 관련 학칙에 따라 사건 처리 속도가 차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립대 학내 규정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따라 성 관련 비위행위 징계는 30일 이내 의결하도록 돼 있다. 이화여대 학칙은 '성희롱 관련 진술서 제출을 요구받은 자는 요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진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연세대는 징계 기간 규정이 없고  대학윤리위원회, 교원인사위원회, 징계위원회 등 세 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성범죄 처리에 기한을 정하는 것은 문제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교내 성평등센터 등 담당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국·김지아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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