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4400억원 통신비 인하 대책 만들고 비용은 통신사에 전가하는 정부

중앙일보 2018.04.15 17:28 종합 12면 지면보기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온 당시 국정위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 김정우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 최민희 국정위 통신부문 자문위원. [신인섭 기자]

지난해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온 당시 국정위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 김정우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 최민희 국정위 통신부문 자문위원. [신인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통신비 인하 정책이 65세 이상에게까지 확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이동통신 요금 감면 대상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3일 규제개혁위원회 규제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친 뒤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올 하반기부터 65세 이상중 소득과 재산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어르신들은 한 달에 이동통신비 1만1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요금 감면 혜택을 받는 이는 총 169만명이고 연 1877억원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저소득층 요금 감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생계·의료 급여 수급자나 주거·교육급여 차상위 계층 136만명은 월 최대 3만3500원의 통신비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김정렬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번 어르신 요금 감면 제도에 대해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위주였던 통신비 지원 혜택이 기초연금수급자까지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표] 문재인 정부의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제도

[표] 문재인 정부의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제도

 
문제는 이에 따른 비용을 이동통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요금 감면(2561억원)과 이번에 통과된 어르신 요금 감면 제도(1877억원)로 인해 통신사가 감수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4400억원이 넘는다.
 
과기정통부 측은 "요금 인하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는 통신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매년 통신사가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전파사용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3일 이런 내용의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전파 사용료는 요금 감면에 드는 총액의 약 10%밖에 안 된다.
 
참여연대·통신공공성포럼 등 시민단체는 지난 10일 고령층 통신비 요금 감면을 주장하며 "1만1000원 통신비 감면하는 게 어마어마한 감면도 아니다"라며 "이를 반대하면 국민들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연간 1877억원이 드는 감면 대책이 '어마어마한 감면'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미국은 저소득층 1200만명에게 정부가 휴대폰·인터넷 요금을 지원해주는 '라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는 라이프라인 프로그램에만 22억50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의 예산을 쓴다.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16억 달러(약 1조7100억원) 규모였던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렸다.  
 
정부가 연거푸 발표하고 있는 통신비 대책의 수혜자가 겹치면서 발생하는 '이중 할인'도 문제다. SK텔레콤 등 이통 3사는 이번 고령층 요금 감면 제도 대상자인 만65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를 이미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T끼리 어르신'은 월 1만9800원에 데이터 300MB·음성통화 70분·문자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65세 미만 소비자가 비슷한 혜택을 주는 요금제에 가입하려면 약 8000원 비싼 월 2만7830원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경쟁사인 KT도 월 1만9800원에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LTE 데이터 시니어 요금제'가 있다.  
 
기존 통신사보다 30%가량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도 대안 중 하나다. 정부가 2011년 알뜰폰 사업을 허가한 것도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과기정통부도 중복 할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감면 혜택과 수준을 다시 검토한다는 예정이다. 김정렬 과기정통부 과장은 "이번 제도 외에 다른 할인들까지 적용받아 무료 이용자가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감면 수준을 고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