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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복지 치매안심센터 가보니,예방~치료연계 원스톱 서비스

중앙일보 2018.04.15 17:12
“어르신, 제가 세가지 물건 이름을 말씀드릴게요. 몇분 뒤에 그 세가지 물건의 이름을 다시 물어볼 것이니 잘 기억하고 계셔요. ‘나무, 자동차, 모자’”
 
“나무, 자동차, 시계”  
 
지난 12일 오후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치매안심센터 1층 선별검사실에선 지역 주민 김모(78ㆍ여)씨가 치매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김씨는 치매 위험성을 판단하는 검사 중 기초 단계인 MMSE검사와 노인 우울 검사를 받았다. ‘고위험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 검사를 받은 뒤 결과에 따라 치료 계획을 잡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 검사를 받은 뒤 결과에 따라 치료 계획을 잡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김씨는 “요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치매 검사를 한번 받아보고 싶었다. 무료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화를 해줘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센터 ‘협력 의사’인 최호철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와 면담 예약을 잡은 뒤 귀가했다. 지난달 15일 문 연 남양주 치매안심센터는 하루 5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센터장을 겸직하는 보건소장을 비롯, 간호사ㆍ사회복지사ㆍ임상심리사ㆍ작업치료사 등 전문가 18명이 상주한다. 연간 3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정부가 80%, 지자체가 20%를 부담한다. 
 치매안심센터는 문재인 정부 복지 정책의 간판 격인 ‘치매국가책임제’의 중심이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는 센터는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채 집에 방치된 환자를 발굴하고, 치매 환자들을 진단ㆍ검사해 질병 정도에 따라 알맞은 서비스로 연계하는 치매 원스톱 포털 역할을 한다. 환자나 가족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센터에 등록하면 치매 진단을 하고 상태에 따라 전문의 진료,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 사회 내 적절한 서비스를 찾아준다는 취지다. 치매 노인에 대한 공공후견인 연결이나 실종 예방을 위한 사전 지문등록도 한다. 
 
조충현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현재 전국 모든 치매안심센터 256곳이 개소돼 상담ㆍ검진 등 필수 업무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센터가 남양주처럼 운영되는건 아니다. 남양주를 포함해 10곳만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조 과장은 “공간 확보와 인력 채용 등을 통해 연말에는 모든 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 센터 내에서는 3~6개월 인지 재활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도 있다. 남양주 센터에선 1층 ‘쉼터 교실’이 그런 역할을 한다. 검사를 통해 초기치매환자로 분류된 이들의 인지 능력 강화를 위해 하루 3시간씩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작업치료사와 함게 색종이 접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 [보건복지부]

작업치료사와 함게 색종이 접기에 열중하고 있는 이들 [보건복지부]

이날은 70~80대 노인 7명이 작업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색종이 접기를 하고 있었다. 나모(75ㆍ여)씨는 3년 전 집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치매 진단을 받고 약만 복용하다 쉼터 교실을 다니게 됐다. 나씨는 “집에서는 TV만 보는데 여기에 나오면 선생님들과 만들기도 하고 운동하고, 대화하니 즐겁다. 이곳에 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바로 옆 ‘인지 강화 교실’에선 10명의 노인들이 태블릿 PC를 손에 들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소화기 그림을 잠깐 보여준 뒤, 뒤이어 나타난 여러 물건 중에 소화기 그림과 그 위치를 기억해 맞추는 식의 게임이었다. 치매는 아니지만 만 75세 이상인 고위험군, 독거노인 등을 위한 치매 예방 수업이다.  
치매는 아니지만 만 75세 이상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 인지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치매는 아니지만 만 75세 이상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경우 인지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김연숙(85ㆍ여)씨는 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한 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의 권유로 선별검사를 받은 결과 ‘고위험군’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매주 한번 이곳을 찾는다. 김씨는 “혼자 살다보니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섭다. 치매에 걸린다고 상상만해도 잠이 안온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에 걸리지 말라고 기억력을 살려주려고 하는데 벌써 여든다섯이나 먹어 늦은 감이 있지만 열심히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2층에 위치한 ‘운동실’에선 작업치료사 1명이 노인 10명에게 운동을 지도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 기구가 마련돼 있다. 10명이 한 조를 이뤄 80초간 운동을 하고 30초 휴식하며 기구를 옮겨타는 순환 운동을 한다. 기구에 앉아 무선인식(RFID) 기능이 있는 이름표를 태그하면 키와 몸무게, 근력에 맞게 자동으로 기구가 조정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올리고, 내리고, 올리고, 내리고...오라~이” 함께 구호를 외치며 운동하는 이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정태식 남양주시 치매안심센터장은 “남양주 시민 66만명 가운데 65세 노인 인구가 12만명이고 이 중 치매 환자는 10%인 1만2000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치매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 절반 정도로 치매인데도 진단을 받지 않고 방치된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치매안심마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개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치매안심센터 도입과 함께 센터 이용자들이 꾸준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치매안심통합관리시스템’을 함께 만들었다. 임인택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치매 환자와 고위험군을 전국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꾸준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치매안심센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전문 인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센터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간호사 등 인력이 확보돼야 하는데 구인 자체가 쉽지 않은 지역도 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치매센터장)는 “치매안심센터의 서비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얼마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인력을 길러내는지가 관건”이라며 "농어촌 등 전문 인력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센터에 상주하는 의사 없이 인근 대학병원 신경과ㆍ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협력의사(촉탁의)로 두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협력의사는 기존 병원 업무를 하면서 주 1회 8시간 또는 주 2회 4시간씩 센터에 나와 가욋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동우 인제대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안심센터의 전국 확산이라는 시급성 못지 않게 개별 환자의 정확한 평가 또한 중요하다. 시급성에 매몰돼 정확성이 훼손된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센터 직원의 전문 교육, 전문 의사가 사업운영에 최대한 참여할 수 있는 운영방식 적용이 사업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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