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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이 불법집회로? 계엄법 위반 70대 2명 45년만에 무죄

중앙일보 2018.04.15 15:39
창원지법 전경. [연합뉴스]

창원지법 전경. [연합뉴스]

46년 전 도박을 하다 계엄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70대 남성 2명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도리짓고땡’ 도박하다 징역 8개월
2015년 "억울하다" 재심 청구
3명 중 한 명 재심 절차 중 사망

창원지법 형사3부는 배모(79)씨와 박모(79)씨가 1973년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로 받은 유죄 판결을 지난 11일 무죄로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억울하다"며 2015년 12월 이들과 함께 재심을 청구한 김모씨는 2016년 숨졌다.  
 
셋은 72년 11월 모처에서 1회 200~1500원을 놓고 속칭 도리짓꼬땡이라고 불리는 화투 도박을 50여 회 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72년 10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상황이었다. 같은 날 계엄사령관은 포고령 제1호 제1항에서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옥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절 금한다.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옥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수색, 구속한다’며 불법집회를 금지했다. 
 
또 81년 개정되기 전 구 계엄법 제13조는 ‘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자료 사진. [중앙포토]

자료 사진. [중앙포토]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는 배씨·박씨·김씨가 모여 도박을 한 것을 불법집회로 간주해 포고령을 위반했다며 72년 계엄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각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듬해 항소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8월로 감형됐다. 같은 해 대법원이 3명에 대한 징역 8월형을 확정했다. 
 
창원지법은 이번 재심에서 포고령 제1호가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공포된 것이어서 위헌·무효라고 판단했다. 계엄사령관이 포고령 제1호를 공포할 당시 상대방이 상당한 무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제압하기 위해 군사력의 동원이 필요하거나 상대방이 군이나 국가기관에 고도의 현실적 압박을 가하는 경우 등의 군사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포고령 제1호가 범죄 처벌에 제약 조건을 두지 않는 데다 법관의 구체적 판단과 사후 심사장치를 두지 않았으므로 영장주의의 본질을 침해한 점에서도 위헌·무효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의 근거가 된 법령인 포고령 제1호 제1항이 당초부터 위헌·무효라고 판단된 이상 원심판결 중 계엄법 위반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창원=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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