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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절제된' 한방…왜 지금 시리아 공습했나

중앙일보 2018.04.15 15: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번 시리아 공습은 완벽하게 실행된 공습이었다"며 "이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며,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Mission Accomplished)"고 선언했다.

군사시설 타격없이 화학무기 시설만 정밀타격
전면개입 꺼리는 트럼프의 '원 포인트 공습'
섹스스캔들 수사 등 국내 시선 돌리려는 의도도

미 국방부의 데이나 화이트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목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시리아 수도 공습. [AP=연합뉴스]

미국의 시리아 수도 공습. [AP=연합뉴스]

 
화이트 대변인의 말대로 이번 공습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시설 3곳에 집중했을 뿐 군사기지는 제외됐다.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노린 공습도 아니었다. 2017년 4월 1차 시리아 공습 당시 정부군의 공군기지를 직접 겨냥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따라서 "러시아와 이란의 보복 공격을 유발하지 않도록 계산된, '절제된' 작전이었다"(뉴욕타임스)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단발성 공격으론 지난 7년 동안 계속된 시리아 내전의 판세를 바꾸지 못할 것을 알지만,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단념시킬 수 있을 정도의 공격만 가했다는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번 공습이 작년보다 훨씬 고강도로 이뤄졌다"면서도 "이는 일회성 공격으로, 추가 공격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를 두곤 먼저 "시리아 사태에 전면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일회적 응징을 통해 미국의 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폭스뉴스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폭스뉴스 캡처]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중동의 화약고인 시리아에 발을 담글 생각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13일의 연설에서도 "미국은 시리아 내 '무기한 주둔'을 모색하지 않을 것이며 이슬람국가(IS)가 완전히 격퇴되면 철수를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번 공습으로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보다 깊숙히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육군 장성출신인 제임스 더빅은 워싱턴포스트에 "러시아와 이란, 아사드 정권은 서로 연결돼 있다"며 이번 공습을 빌미로 이들 국가들이 보복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무 완수'란 플래카드가 내걸린 항공모함에서 연설하는 모습.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무 완수'란 플래카드가 내걸린 항공모함에서 연설하는 모습.

 
또한 '임무 완수'라는 선언이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6주 만인 2003년 5월 1일 항공모함에 올라 '임무 완수'라고 쓰인 플래카드 밑에서 "이라크에서의 주요 전투작전은 종료됐다"고 선언했지만 그 뒤로도 수 년간 전쟁이 더 이어졌다. 이후 '임무 완수'는 이라크전에서 빚어진 미국의 오판과 실수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 후 "내가 한 가장 큰 실수"라고까지 했다. 

 
한편 트럼프가 시리아 공습에 나선 게 국내 정치상황을 두로 감안한 행동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2006년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2006년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 [AP=연합뉴스]

 
캐리 리 미 공군대학 교수는 "현 시점에 군사공격을 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트럼프는 현재 정치적으로 가장 위기에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유착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 코 앞에까지 다가와 있고, 이와는 별도로 연방수사국(FBI)이 포르노 여배우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헨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코헨은 트럼프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2일에는 트럼프타워 전 도어맨이 "1980년대 후반 가정부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는 혼외자설을 폭로하기도 했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로 청문회 출석한 다음날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던 적이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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