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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진도 팽목항 ‘눈물의 충고’…“안전한 한국,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2018.04.15 11:49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세월호 추모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육상에 거치된 세월호를 참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육상에 거치된 세월호를 참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4년 전 숨져간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정 안전한 나라로 거듭나야 합니다.”
 

4주기 앞둔 팽목항에 추모객들 이어져
“각종 참사들, 세월호 잊어가나” 눈물
분향소·등대 등 걸으며 희생자들 추모
진도, 주민들 아픔과 보상 문제 ‘여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 휴가 중인 남편과 함께 진도를 찾은 김지애(42·여·경기도 수원시)씨가 세월호 사고 해역 쪽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는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이후로도 대형 사고가 계속되는 것을 보면 세월호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노란 리본들이 묶인 등대 앞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들이 노란 리본들이 묶인 등대 앞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는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올해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등을 언급하며 “국민이 모두 큰 아픔을 겪고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을 볼 때면 실망감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세월호 4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머물던 진도 팽목항에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이 떠난 뒤 한산했던 팽목항에는 1주일여 전부터 추모객들이 다시 찾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항구를 찾은 방문객들은 “결코 세월호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등대와 세월호 추모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등대와 세월호 추모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착잡한 표정으로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는 추모객들의 얼굴에선 4년 전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졌다. 방문객들은 팽목항에 설치된 분향소와 붉은 등대 등을 돌아보며 참사 당시의 아픔을 되새겼다.
 
팽목항 등대 주변에 설치된 노란 리본과 조형물 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방문객도 많았다. 김정옥(53·여·부산시)씨는 “사고 후 3번째 팽목항을 찾았는데 올 때마다 슬픔이 커지는 것 같다”며 “항구 한켠에 놓인 분향소 앞에만 가도 눈물부터 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팽목항 분향소.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팽목항 분향소.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나 국민의 안전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세월호 직후 선박 운항과 산업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정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인 안전 수준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여객선 등 대형 선박들과는 달리 소형 화물선이나 낚싯배 등의 불법·편법 운항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덤프트럭 기사 정춘규(45)씨는 “1만t 이하인 화물선이나 소형어선들의 과적이나 고박 불량 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막연히 선적료나 시간을 아끼겠다는 욕심에 불법적인 선박을 이용하려는 생각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의 ‘팽목항 분향소’ 쪽에서 바라본 팽목항 등대와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현장에 투입된 굴삭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의 ‘팽목항 분향소’ 쪽에서 바라본 팽목항 등대와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현장에 투입된 굴삭기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방문객들은 팽목항 일대에서 진행 중인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를 지켜보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더이상 팽목항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항구 주변을 오가는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팽목항과 서망항 일대 57만㎡를 개발하는 공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이후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다.
 
정인문(62·서울시)씨는 “3년 만에 찾은 팽목항 주변이 온통 공사장처럼 변해 놀랐다”며 “단순한 항구가 아닌, 세월호 참사 자체가 잊혀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의 팽목항 등대 쪽에서 바라본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 현장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의 팽목항 등대 쪽에서 바라본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 현장 모습.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4년간 희생자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해온 진도 주민들의 아픔도 여전하다. 참사 직후부터 생업을 중단하고 승객 구조나 봉사활동을 벌였지만, 사고 현장이라는 이유로 갖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전남대병원 조사 결과 진도 주민 10명 중 2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호소할 정도로 정신적·경제적인 상처를 입었다. 참사 직후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도 진도의 지역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전남 진도의 상설전통시장.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전남 진도의 상설전통시장.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프리랜서 장정필

사고 직후 미역이나 꽃게 등 진도산 수산물을 외면했던 사회 분위기도 진도 주민들에게 상처로 남아있다. 진도 상설전통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이민자(70·여)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진도에서 잡은 고기라면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세월호 피해자들과 아픔을 함께 해왔던 진도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인근 양식장을 덮친 것도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진도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선체 인양과정에서 잔존유 50㎘가 유출돼 동·서거차도 일대의 양식장 등 554㏊가 피해를 봤다. 
 
전남 진도군 동-서거차도 주민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기름유출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전남 진도군 동-서거차도 주민들이 지난해 6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기름유출 피해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진도 어민들은 “당시 135어가에서 34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서울 광화문과 목포신항 등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보상은 받지 못했다. 진도 동거차도 어촌계장 소명영(56)씨는 “올해 2월 ‘세월호 피해자 지원법’이 통과돼 보상받을 길은 열렸지만, 보상액 산정 절차 등을 거쳐야 해 실제 보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들은 15일 오후 4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4년 기억 및 다짐 대회’를 갖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지난 12일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선체 직립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둔 지난 12일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들이 선체 직립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잊지 않기 목포지역 공동실천회의’가 주최하는 올해 행사는 유족들의 편지 전시, 영화·연극제 등을 통해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진다. 15일 목포신항을 방문하는 추모객들은 세월호 참관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16일에는 진도 지역 곳곳에서 4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행사에서는 진도 씻김굿과 추모 영상 상영, 4주기 세월호 참사 추모식 등을 한다. 수상 안전사고 예방과 지진 가상현실(VR) 체험, 3D 교통안전 영상물 상영 등 ‘국민안전 체험행사’도 열린다.
 
진도·목포=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전남 진도의 ‘팽목항 분향소’ 쪽에서 바라본 팽목항. 종이배 모양의 조형물 사이로 팽목항 등대와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바지선이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의 ‘팽목항 분향소’ 쪽에서 바라본 팽목항. 종이배 모양의 조형물 사이로 팽목항 등대와 진도항 배후지 종합개발 공사가 진행 중인 바지선이 보인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이 사고가 발생한 해역 쪽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이 사고가 발생한 해역 쪽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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