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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영업양도 후 인근에서 다시 개업 괜찮나요

중앙일보 2018.04.15 11:00
[더,오래] 박정화의 부동산법률 이모저모(3)

사는 집을 계약하거나 심지어 묘지의 지상권 다툼이 생겼을 때 부동산법률을 알면 큰 도움을 받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실생활에 유용한 법률부터 은퇴 후 꿈꾸는 전원생활과 관련한 법률까지 더 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할 부동산법률을 구석구석 소개한다. <편집자>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을 양수받는 '권리금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식당 양도인이 근처에 새로운 식당에 고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양수받기 전 확인한 매출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을 양수받는 '권리금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식당 양도인이 근처에 새로운 식당에 고용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양수받기 전 확인한 매출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저는 은퇴 전부터 맛집에 관심이 있어 오래 눈 여겨둔 식당을 양수받는 ‘권리금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비품과 종업원도 그대로 승계하고 요리의 노하우도 전수받았으며, 상호도 당연히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지요. 그곳은 지역 맛집이라 SNS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던 식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식당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당 양도인이 약 500m 근처에 있는 다른 식당에 고용돼 새로운 식당을 사실상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양수받기 전 확인한 매출에 못 미치는 날이 이어지더니 지금은 영 매출이 나오지 않아 걱정입니다.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인수한 맛집이 식당 양도인이 근처에서 새롭게 영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를 막을 수 없나요. 
 
 
권리금 계약, 상법상 영업양도인지가 중요 
A. 보통 점포를 인수받을 경우 일반적으로 권리금계약을 체결하는데요, 단순히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달리 상법상의 ‘영업양도’의 계약을 한 것이라면, 양도인은 근처에서 동종의 영업을 하지 말아야 할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양도인은 당연히 근처에서 동종의 영업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반한 경우 양수인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례의 경우 계약서의 명칭이 권리금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이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하는지, 양도인이 고용돼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 경업금지의무의 위반으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대법원은 상법상 영업양도에 관해 “일정한 영업 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는 단지 어떠한 영업 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돼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정의합니다.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는가'도 판단 기준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하급심에선 막국수가 주된 메뉴인 음식점의 영업을 양도하면서 막국수를 제외한 메뉴의 조리방법만을 알려주기로 하고, 반죽 기계·막국수기계·냉장고·오토바이·전화번호 2개는 함께 양도하지 않으면서 기존 상호가 아닌 다른 상호로 승계신고를 한 경우 양도인이 근처에서 다시 기존의 상호로 막국수 영업을 하더라도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식당의 경우 상법상의 영업양도인지 여부는 주된 메뉴의 조리방법 등의 전수여부, 기존 상호 사용여부, 전화번호의 유지여부, 비품의 일체 양도여부 등이 판단기준으로 작용한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식당의 경우 상법상의 영업양도인지 여부는 주된 메뉴의 조리방법 등의 전수여부, 기존 상호 사용여부, 전화번호의 유지여부, 비품의 일체 양도여부 등이 판단기준으로 작용한다.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중앙포토]

 
이와 달리 한 식당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에게 음식의 조리법을 전수하고, 양수인은 기존에 사용하던 상호· 간판·전화번호·비품 일체를 인수해 이를 변경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사용하며 운영한 경우엔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한다며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판례에서 사실관계와 결론 등을 고려하면 식당의 경우 상법상의 영업양도인지 여부는 주된 메뉴의 조리방법 등의 전수 여부, 기존 상호 사용 여부, 전화번호의 유지 여부, 비품의 일체 양도 여부 등이 그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의 양도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례에서는 요리비법도 전수받고, 상호도 그대로 유지하며 비품은 물론 종업원까지 승계해 영업을 양수받았다고 했으므로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사례의 양도인은 인근에서 스스로 동종 영업을 개시한 것이 아니라 ‘고용’됐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별도의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하급심 법원에서는 정육점 영업양도와 관련해 영업 양도인이 비록 고용된 형태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인 관계에서 영업주체로서 가게를 운영한다면 상법상 경업금지 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가 있습니다.
 
 
양도인이 인근 식당 주인이라면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사례에서는 영업 양도인이 단순 피고용자인지 해당 영업의 실질적인 운영자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용인과 사업 주체와의 관계, 대외적인 영업행위의 주체, 거래처의 사업 주체에 관한 인식 여부, 기존 거래처의 활용 여부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확인을 통해 영업양도인이 단순 피고용자가 아니라 새로운 식당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볼 수 있다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상법상의 영업양도시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취지나 영업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구체적인 운영의 주체가 누구인지 살펴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따라서 사례의 경우 양도인이 인근 식당을 운영하는 주체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보전소송으로서 영업금지 등 가처분을 먼저 신청하고, 본안으로서 영업금지와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법 제41조(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 [제작 김예리]

상법 제41조(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 [제작 김예리]

 
박정화 변호사 lawminpj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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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박정화 변호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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