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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부' 셰프 능숙한 솜씨가 알고리즘

중앙선데이 2018.04.14 00:06 579호 32면 지면보기
책속으로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브라이언 크리스천·톰 그리피스 지음

문제해결 과정 뜻하는 컴퓨터 용어
여행지 선택, 주차장 빈자리 찾기
일상생활 문제 해결에 써먹을 수도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는 두 명의 셰프가 15분 만에 일품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게스트가 시식 후 감탄과 찬사를 쏟아낸다. 감탄은 ‘그 짧은 요리 시간’에서 연유한다. 30년 차 주부는 밥 짓고 국 끓이고 나물 두세 가지 무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새댁은 얘기가 다르다. 국과 나물의 조리법을 검색하고, 이를 실제 조리에 어떻게 적용할지 그려보는 데만 해도 30분 넘게 걸린다. 두 사람 차이는 어디서 올까. 30년 차 주부는 식재료 준비와 조리 등 일련의 과정이 몸에 배었다. 일을 풀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알고리즘(Algorithm)’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이 그 짧은 시간에 음식을 내는 건 최적화 된 알고리즘 덕분이다.
 
‘알고리즘’은 9세기 페르시아 수학자 알-콰리즈미(al-Kwarizmi)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그는 손으로 계산하는 기법을 설명한 책 ‘알-자브르 알-무카발라(al-Jabrwa’l Muqabala)를 썼는데, 바로 대수학(algebra)의 어원이 알-자브르다. 그렇다고 알고리즘이 수학의 전유물은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일련의 단계가 모두 알고리즘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고, 도구를 만들고, 집을 짓는 등 세상 모든 일에 알고리즘(다만 우리가 그리 부르지 않을 뿐)이 동원된다.
 
능률적이고 깔끔하게 살 수는 없을까. 컴퓨터의 문제 해결 방식인 알고리즘을 일상에 활용해 볼 만하다. [사진 청림출판]

능률적이고 깔끔하게 살 수는 없을까. 컴퓨터의 문제 해결 방식인 알고리즘을 일상에 활용해 볼 만하다. [사진 청림출판]

단, 이 책에서 문제 해결에 제시하는 알고리즘은 컴퓨터 과학에서 사용되는 유형화된 것들로 한정한다. 요컨대 컴퓨터 과학이 특정 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가져다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보자. ①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주차할 곳을 찾는다. 주차장을 들어서자 빈자리가 몇 개 있다. 걸어야 하는 동선이 길다. 안쪽에 빈자리가 있다는 보장도 없다. 어디쯤 세워야 할까. ②봄을 맞아 옷장을 정리하려고 보니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은 옷이 수두룩하다. 언젠가 한 번은 입을 것 같기도 한데, 옷장에 빈자리도 거의 없다. 버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③유럽 배낭여행을 준비 중이다. 꼭 가보고 싶은 도시 10곳은 들러야겠다. 여행 기간이 길지 않은 데다 비용도 넉넉하지 않다. 가장 효율적으로 10곳을 돌아보는 방법은 뭘까. ④이사를 마치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책장을 정리하려고 보니 책이 좀 많다. 어떻게 해야 가장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책을 정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들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컴퓨터 과학의 알고리즘을 소개한다. 주차는 최적 멈춤, 옷장은 캐싱, 여행은 무작위성, 책장은 정렬하기라는 알고리즘으로 풀 수 있다고 알려준다.
 
지난달 초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났다. 당시 살까 말까, 책을 들었다 내려놨다 했다. 망설인 이유는 이 책이 컴퓨터 과학에 관한, 어렵고 복잡한, 그래서 재미없는 책일 거라 짐작에서다. 알고리즘이라는 단어 탓이다. 서평을 위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일상의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생각의 혁명이라는 부제처럼, 생활 속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실제 사례로 풀어주니 재밌다. 다 읽은 뒤 뭔가 똑똑해진 것 같은 뿌듯함은 덤이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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