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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전 FBI 국장, "트럼프는 충성심에 집착하는 마피아 보스"

중앙일보 2018.04.13 16:26
“(트럼프) 대통령은 비윤리적이고(unethical), 진실이나 전통적 가치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의 리더십은 거래와 같고, 독단적이며, 개인적 충성심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17일 발간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 지난해 5월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17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인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충성심에 집착하는 마피아 보스’로 묘사했다.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 코미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A HIGHER LOYALTY : Truth, Lies, and Leadership)』의 요약본을 입수, 책의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인간성 결여된 자아의 노예”
보도에 따르면 코미는 이 책에서 2016 대선 당시의 상황과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들을 낱낱이 공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인간성이 결여된 자아(ego)의 노예”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제임스 코미 전 FBI국장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A HIGHER LOYALTY : Truth, Lies, and Leadership)』표지. [사진 아마존]

제임스 코미 전 FBI국장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A HIGHER LOYALTY : Truth, Lies, and Leadership)』표지. [사진 아마존]

NYT는 “이 책은 진실과 가치에서 눈을 감고 거짓말을 선택했을 때 돌아오는 폐해에 대해 적고 있다”고 평했다. 코미는 책에서 트럼프가 사실이나 법에 대한 믿음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트럼프의 리더십은 “미국의 규범과 전통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산불(forest fire)’과 같다”고 적었다. 
 
예를 들면 취임식 전이었던 2017년 1월 초,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백악관 외교·안보 관련 내정자들이 모인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코미가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상황에 대해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은 거죠?” 
 
그러면서 코미의 보고를 갑자기 끊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자신이 2013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매춘부들과 같이 있었다는 소문을 언급하며 “내가 매춘부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처럼 보이냐”고 흥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코미 전 국장에게 이 문제를 이야기하며 FBI가 이 문제를 수사해 소문이 거짓임을 입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자신이 러시아 여성들에게 침대에 소변을 보라고 요구했다는 ‘골든 샤워링’ 소문에 대해서는 “나는 결벽증이 있다. 옆 사람이 소변이나 보도록 절대 놔 두질 않는다”라며 반박했다.
 
도덕, 진실보다 충성심에 집착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충성심에 집착했다. 코미 전 국장은 2017년 1월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단둘이 저녁 식사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당신에게)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미 국장이 이에 반응하지 않자 식사가 끝난 후 다시 “내가 원하는 것은 충성심”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백악관에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불러 악수를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 [중앙포토]

지난 1월 취임 직후 백악관에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불러 악수를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 [중앙포토]

당시 상황에 대해 코미는 악명 높은 마피아 조직 감비노 패밀리의 2인자였던 새미 더 불(본명 새미 그라바노)을 언급하며 “이는 마치 새미 더 불의 조직 입회식 같았다”고 말했다. 새미 더 불은 수많은 살인 사건의 배후 조종으로 기소가 됐으나, 1991년 FBI에 협조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면죄부를 받은 인물이다. 그의 증언으로 조직의 두목이었던 존 가티는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즉 자신에게 충성을 요구한 트럼프를 마피아 두목인 존 가티에, 자신은 두목의 죄를 폭로한 새미 더 불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또 “무언의 동의, 모든 것을 완전히 장악한 보스, 충성 맹세, ‘우리 대(對) 그들’로 세상을 보는 시각, 충성으로 포장된 거짓말이 난무하는 조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을 비판했다.
 
코미는 또 책에서 처음 트럼프를 만난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TV화면으로 볼 때보다 키가 작았고, 얼굴은 약간 오렌지 빛이었다. 두 눈 아래의 살이 밝은 색의 반달 형태여서 태닝 안경을 썼던 게 아닌가 싶었다.”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에 사과
 
이 책에서 코미는 2016 대선 직전 터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기술하며 “나는 옳은 일을 하려 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변호했다. 그는 또 “그녀(힐러리 클린턴)가 나에게 화를 냈다는 걸 읽은 적이 있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코미 전 국장은 당시 대선을 열흘 가량 앞두고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재직 당시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국정 관련 메일을 주고받은 데 대한 수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클린턴 후보의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고, 결국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미국 언론들은 코미의 회고록이 올해 초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가 출간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만큼의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더 높은 충성심: 진실, 거짓말, 그리고 리더십』은 출간 전부터 이미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 판매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18일 시작되는 코미 전 국장의 ‘전미 10개 도시 북 투어’ 입장권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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