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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현정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

중앙일보 2018.04.13 11:58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 고현정.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 고현정.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저희가 살면서 위태위태하거든요. 잘 가고 있는 건지, 이게 내 적성에 맞아서 하는 건지, 그냥 (이렇게) 됐으니 유지하는 건 아닌지. 저 같은 경우는 (생각) 많이 하거든요.”

 
12일 고현정(47)은 자주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생각이 많아 보였지만, 눈물을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많이 웃었다. 이날 그는 서울 씨네큐브 극장에서 열린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감독 이광국) 관객과의 대화에서 여러 차례 속내를 드러냈다. 드라마 ‘리턴’ 중도 하차 후 공식석상에 나선 건 처음. 객석에는 ‘언니 살아있는 게 팬서비스에요’ ‘사랑해요’란 문구를 든 팬들도 보였다. 응원의 메시지 덕분일까. 고현정의 말투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관객과 대화 자리 나선 배우 고현정
드라마 '리턴' 하차 후 첫 공식 일정

 
12일 개봉한 영화는 소설가 꿈을 포기한 남자 경유(이진욱 분)가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탈출한 겨울 날, 자신이 꿈꾸던 소설가가 되어있는 옛 연인 유정(고현정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고 보면 유정 역시 소설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설명하며 고현정은 자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영화에서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 제 느낌으로는 자기 자신이에요. 자기 안을 마주 보기가 싫잖아요. 내가 딱해서라도 쉽지 않거든요. 그런 걸 마주 보는 게 정말 무서운 순간이지 않나.”  
 
“제가 최근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반성 많이 해야겠다, 했어요. 오해도 오해고 어떻게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왜 너는 가만히 있느냐는 얘기도 들었고요. 근데 모든 일이 나쁜 것만도, 좋은 것만도 없다는 거 다시 느낍니다. 제가 말숙이 할 때를 기억해주시는 분을 이 영화 통해서 뵐 수 있다니, 제가 정말 잘 살아야 할 이유 중 하나고, 그게 다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김포에서 온 팬의 말을 듣고서다. 김포에서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촬영하던 시절부터 지켜봤다는 팬은 “그때 동네 주민들한테 잘해주셨던 것 기억한다”며 “힘내시라” 했다. 이 말에 고현정은 잠시 고개를 떨궜다.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촬영 현장.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촬영 현장.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이날 자리엔 또 다른 주연 배우 이진욱·서현우와 이광국 감독도 함께였다. 이 감독은 2006년 고현정이 주연을 맡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조감독으로 만난 오랜 인연. 이 감독은 캐스팅 이유를 묻자, “(고현정) 선배님은 고유한 리듬이 있는 분. 그 리듬이 대단히 불규칙적으로 표현돼서 예측 불가능한 연기를 보여주신다”며 “죽어있는 시나리오 활자가 선배님을 거치면 구체적인 생기를 띤다. 훌륭한 배우”라 답했다.  
 
고현정은 “꼼꼼하고 생각이 많은 이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단번에 써내려갔다고 했고, 정말 찍고 싶어한다는 게 느껴졌다”며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은데 혼자가 좀 그럴 때, 함께할 사람이 한 사람만 생겨도 가보게 되잖나. 그런 의미로 (출연 제안받았을 때) ‘제가 하고 싶어요. 저도 할게요’ 했다”고 돌이켰다.  
 
이날 고현정은 복귀 시점에 대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 다만, 행사를 마무리하며 그는 “뭔가 하고 싶은데 주저하셨던 분들은 그냥 당장 뭘 하시라” 격려했다. “경유가 글을 쓸 것 같은 느낌이 마지막에 저는 들었거든요. 이 영화 보신 관객들도 욕심을 내보고 도전해보시고 자신한테 기운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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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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