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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이 현실로…시리아 난민, 말레이 공항에 갇혀

중앙일보 2018.04.13 11:56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생활 중인 시리아 난민 하산 알-콘타르(37). [트위터 캡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생활 중인 시리아 난민 하산 알-콘타르(37). [트위터 캡처]

 30대 남성이 공항 환승 라운지에서 잠을 자고 공항 화장실에서 씻으며 1달 넘게 버티고 있다. 영화 ‘터미널’의 이야기가 아닌 실화다.  
 
7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병역을 거부하고 외국으로 도피한 시리아 국적의 하산 알 콘타르(37)는 공항에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13일 일간지 더스타 등 언론에 따르면 콘타르는 지난달 초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환승 라운지에서 생활하고 있다.
 
콘타르는 전쟁에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비자로 에콰도르행 항공편을 타려 했으나 출발 직전 탑승이 거부됐다. 캄보디아로 목적지를 바꿨지만 역시 입국이 허용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말레이시아조차 그의 재입국을 거부하면서 공항에 갇히게 됐다.
 
하산은 최근까지 아랍에미리트에서 체류하다가 지난해 1월 추방돼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이민 당국은 그가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15개월간 불법으로 체류해 입국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하산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공항 생활이 6주째에 접어들었으며 “누구도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거의 모든 인권단체와 접촉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징병을 거부해 수배된 처지여서 시리아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끼니는 그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항공사들이 제공한 기내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해결을 위해 당사자와 관련 당국에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 문제인 시리아 사태가 내부 종족·종파 갈등에서 시작해 외세 개입으로 전선이 복잡해졌고, 내전에 대리전 성격까지 겹치면서 혼돈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시리아에서는 7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35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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